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 "반드시 걸린다"
정상군 유전자 대비 발병률 약 10대 높아
"피 뽑아 검사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최근 스페인에서 발표된 'APOE4 동형접합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치매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가 있다면 치매는 피할 수 없다는 건데 급진적인 주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POE4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100% 치매에 걸린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는 반론이 학계에서 나온다. 식습관 관리 등 예방법을 통해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는 판단했다.
앞서 이달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트 파우 병원의 후안 포르테아(Juan Fortea) 신경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 유전자 사본을 2개 보유한 65세 이상의 95% 이상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징후가 확인됐다는 논문을 생명과학·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APOE는 2형, 3형, 4형 변이형이 있다. APOE3(3형)이 77%로 가장 많다. APOE4가 15%, APOE2가 8%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은 부모 한 쪽에서 APOE4를 받으면 3~4배, 부모 양쪽에서 APOE4를 받으면 8~12배에 이른다. 반면 APOE2는 발병 위험성이 낮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 알츠하이머 조정센터의 뇌 기증자 3297명의 데이터와 유럽과 미국의 1만 명 이상의 코호트연구 대상자의 APOE4 동형접합형의 임상적, 병리학적 바이오마커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APOE4 동형접합형을 가진 사람은 55세에 APOE3를 가진 사람 대비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 수준이 높았다. APOE4 동형접합형을 가진 65세의 95% 이상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병리학 특징인 뇌척수액에서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수치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APOE4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가장 위험한 유전자"라며 "인구의 2~3%가 APOE4 사본을 2개 갖고 있기에 APOE4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는 치매 병인을 1% 미만 사례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로 이제 15% 이상의 사례에서 치매 발병 원인 인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전자 보유 여부가 확인되더라도 평소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웅용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 겸 맑은수병원 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APOE4 유전자가 있다면 정상군 대비 약 10배 이상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다만 치매라는 질병이 유전적 원인으로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점과 치매에 이미 걸린 환자군도 생활 관리를 잘 하면 진행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전자 유무로 인해 치매 발병률을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POE4 유전자 보유 여부는 병원에서 혈액 검사 한 번으로 확인 가능하다"면서 "보유 여부가 확인됐다면 식습관 관리, 운동 관리와 뇌 훈련 횟수 늘리기 등 사례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어 섣부른 공포감을 갖기에는 과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학계에서도 다소 과한 연구 결과라는 입장도 나온다. UCL 유전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커티스 교수는 성명을 통해 "APOE4 유전자가 동형접합형인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유전적으로 발현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지 못했다"며 "APOE4와 상관없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발병 과정은 대부분 유사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