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 모델 도입
국내에선 조선대·동명대 최초 시도
"신입생 '수험생'에 한정해선 안 돼"
지난 2018년 문을 닫은 대구외국어대학교. 5년이 지난 지금 경북 경산시 남천면 대구외대 부지는 흉물로 변했다. 굳게 닫은 정문엔 넝쿨이 가득하고 창문은 뜯겨있다.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하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문을 닫으니 동네가 썰렁하다"며 "산속에 학교가 있어서 요양원으로 제격인데 매각도 어려워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입학생은 갈수록 줄어든다. 7일 여성경제신문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2021년 47만6200여명이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매년 줄어 2023년 43만9000명, 2024년에는 43만명, 2040년에는 현재의 절반인 28만4000여명으로 감소한다.
입학생 정원이 줄자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인 지방대는 실버타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지자체가 이 사업에 적극적이다.

광주에 위치한 조선대학교와 부산에 자리하고 있는 동명대학교는 지난달 7일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학교 유휴부지에 교육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을 접목한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동명대는 정문 주변에 600여 채 규모의 실버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조선대는 조선대병원 인근에 700여 채 규모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사업이 실행되면 국내 대학이 캠퍼스에 실버타운을 짓는 첫 사례가 된다.
두 대학이 추진하려는 실버타운은 미국 주요 대학들이 운영하는 ‘대학 기반 은퇴자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UBRC)’를 벤치마킹했다. UBRC는 은퇴한 중장년층이 지역에 있는 대학을 통해 평생교육을 받거나 캠퍼스 또는 주변 병원과 연계해 주거·보건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시니어 지원 시설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 유휴부지를 활용한 시니어타운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UBRC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 100여 개 명문대학이 운영 중인 고령화 사회의 대안 모델로 대학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한 '은퇴자 공동체 마을'이다.
이를 국내에 도입하면 70여 개 한계 대학이 가진 부지와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고 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 및 원격의료 체계를 갖춘 실버타운을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전남일보와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교육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입생을 수험생으로만 한정한다면 어렵겠지만 그 폭을 일반 시민까지 넓힌다면 각 수요자에게 맞는 적합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은퇴자, 시니어들에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건강, 교양, 환경 분야의 과정들을 준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교수는 "대학 부지는 일반 초·중·고교 부지보다 넓을 뿐만 아니라 지역 연계형 교육을 위해 최적화된 모델"이라며 "실버타운 및 요양원 운영과 함께 지역의 어르신에게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함으로써 초고령화 시대에 맞는 서비스 제공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