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선한 아이에게 양보 강조는 독
착함 속에 이기적 성품 공존해야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착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답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착하다는 기준을 착각한다. 또한 착한 게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다. 자기 자식이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도 정확히 구분 못 하는 경우도 흔하다. 만약 착하고 선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계속 '착하게 살아라',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고 교육한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자칫 남에게 이용만 당하는 '호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린아이 얼굴에도 관상(觀相)이 있다. 신체와 골격이 성장 중이라도 관상 보는 게 가능하다. 관상을 통해 그 아이의 타고난 성품은 물론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성품은 타고난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아동의 시기에는 부모조차도 자기 자식을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흔히 자기 자식이 한없이 '착한 아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말썽만 일으키는 아이'로 잘못 인식하기도 한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아기 때는 더욱 구별이 안 간다. 땅에서 막 돋아난 떡잎을 보고서 무슨 수종의 식물이 될지 구분하는 게 불가능한 것과 같다. 그러나 부드러운 떡잎 속에 깃든 본성은 강한 지향성이 내재해 있다. 그 가치관과 삶의 방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설령 성장 도중에 불리한 환경에 내몰려도 착한 성품으로 태어난 아이는 그 근본을 크게 잃지 않고 성장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받기 전에는 타고난 본성을 상실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아이의 성향과 재능을 오판할 뿐이다.
착한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우선 타인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1순위가 아니어도 된다는 이해심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는 나를 위하는 게 이기적이고 잘못된 마음이라는 생각도 크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동생이 더 먹고 싶다고 보채면 자기 것을 건네주는 아이와 같다. 동생이 기뻐하는 모습이 더 좋은 것이다. 어른들로부터 기특하다고 칭찬받는 게 아이스크림의 달콤함보다 달다. 나를 희생하고, 내 몫을 양보하고, 누군가를 돕는 게 옳은 일이고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이 가장 크다. 두 번째가 부모의 영향이다. 부모들은 흔히 자녀에게 착한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자녀가 맏이라면 동생에게 양보할 것을 권유한다. 양보하지 않고 서로 다투면 크게 혼내는 경우가 많다. 이건 대단히 위험하고 잘못된 부모의 훈육방식이다.
양보라는 것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값진 미덕이다. 다만 이미 충분히 착한 성품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에게 착함과 양보를 꾸준히 강조하는 부모들은 자칫 자기 자녀를 '호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부모들은 자신의 언행이 자녀에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 모르고 산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타고난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양보할 준비가 된 채 태어난 아이를 다시 엄하게 타이르고 매번 양보의 가치를 말하면 그 아이의 자아는 점점 없어진다. 충분히 착한 아이인데 간혹 작은 거짓말이라도 하면 크게 실망하고 혼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장차 올바르고 착하게 클 아이에게 착함을 강조하는 것은 '바보가 되라'는 말과 똑같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한 이런 훈육으로 인해 훗날 자녀가 얼마나 큰 시련을 당하게 되는지 부모들은 잘 모른다.

착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품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할 말이다. 그래야 아이의 사고와 삶의 개념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혹여 형이 지나치게 착하고 양보심이 많은 데 반해 동생은 자기밖에 모른다면 둘을 다르게 훈육해야 한다. 형에게는 양보를 주문하기보다 때에 따라서는 '네 것 먼저 챙기는 것'도 필요함을 가르쳐야 한다. 반면 동생에게는 '형이 너에게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형이라는 이유로 매번 양보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형이 충분히 착한 상태라면 오히려 이기적인 면도 지니도록 부모가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성인이 된 후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터무니없는 무시를 당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이용당하기 십상이고 인생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갖춰야 한다. 이기심이나 승리욕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요긴하게 작용할 때가 더 많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다. 누구나 소유욕과 탐욕이 있다. 어린 아동기에는 이 본능이 더욱 강렬하게 작용한다. 자기 것을 지키려고 소유욕을 불태우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다. 또한 어렸을 때의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다. 아동의 시각으로는 엄마가 가장 무서운 존재로 보인다. 그 시기에는 엄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쓴다. 어린아이의 살기 위한 생존 거짓말을 누가 탓한단 말인가. 설령 양보하지 않더라도, 거짓말을 하더라도 가능한 한 혼내지 말고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 그때마다 혼내고 훈육하는 것은 쉽다.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은 아무나 못 한다.
어린 자녀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울고, 싸운다고 해서 이기적이고 못된 아이가 아니다. 본능이 강하게 작동하는 그 시기만 지나면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착하면 호구 되기 쉬운 구조로 돼 있다. 지나친 이타심은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린다. 착함 속에 이기적인 성품이 공존해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착하게 살되 '호구'는 되지 말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