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尹 아닌 여당 지도부 때문이라며
비판 앞장선 洪 만난 尹 한동훈 버리기 수순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만찬 회동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한동훈 체제를 함께해온 여당내 일부 세력이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상황에서 홍 시장이 교통정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4시간 가량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얻고 싶다"며 요청해 회동이 성사됐다. 윤 대통령이 홍 시장에게 총선 전에도 만남을 요청했었으나 홍 시장이 "선거 전엔 드릴 말씀이 없다. 이후에 뵙겠다"고 거절해 이날 만났다. 여권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윤 대통령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주로 묻고 홍 시장이 답하는 식이었다"며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진 및 내각 개편 관련 이야기도 오갔고 한다. 홍 시장은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야당과 소통이 가능하며 야심이 없는 사람을 고르셔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 선택 기준으론 "정무 감각이 뛰어나면서도 대통령에게 충직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당 내부를 윤 대통령 중심으로 다시 정비하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홍 시장이 이날 회동 전 페이스북에 올린 수건의 글이 관심을 끈다. 총선 참패 원인은 전적으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있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홍 시장은 지난 13일 "선거는 당이 주도하여 치른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의무가 있어서 선거를 도울 수가 없다"며 선거 참패가 윤 대통령의 참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자기 선거를 한 번도 치러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주도했다"며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 놀이나 한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맹렬히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과의 회담 당일 "싸움의 정석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며 "내 것을 내주지 않고 싸움에 이길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국 정치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결 정치로 일관해 왔고 그 속에서 이기려면 끝없는 싸움에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살아남는 것"이란 얘기다. 이어 "민주당은 이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이지만 우리 당 사람들은 제 살기 바빠 몸 사리기로 비겁한 생존을 이어 왔다"며 "이젠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을 문재인의 사냥개라고 지목한 그는 "윤 대통령이야 우리 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도 해주고 지방선거도 대승하게 해 주었지만 도대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이 당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건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거다"라고 썼다.
윤재옥 원내대표 등 남은 지도부에 대한 직격탄도 날렸다. 그는 "총 한번 쏴 본 적 없는 병사를 전쟁터에 사령관으로 임명했는데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 사람이 바보"라며 "수준 낮은 일부 당원들은 여당 지도부 책임을 묻는 나에게 내부 총질 운운하면서 욕설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강도를 높였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회동이 공개된 것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2년 1월 19일 만찬 회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회동은 두 사람의 검찰 선배인 함승희 전 의원이 주선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만찬 회동에서 윤 대통령의 총리 제안은 없었다고 한다. 홍 시장도 최근 주변에 "지금은 내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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