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사전투표 기선잡기가 좌우
대선比 野90% VS 與70% 투표 참가
단일대오 고집하며 1인2표 행사 모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022년 5월 27일 오전 제주도의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022년 5월 27일 오전 제주도의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권에선 지금이라도 제20대 대선 수준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난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에 기선을 제압당한 상황을 만회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4·10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 6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여명 가운데 약 1385만명이 참여했다. 이번에 기록한 31.28%의 사전투표율은 재작년 제20대 대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1대 총선(26.69%)보다는 4.59%포인트 올랐다. 역대 총선만 두고 보면 이번이 가장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한 제20대 대선은 전 국민의 큰 관심 속에서 치러져 전체 투표율 77.1%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 36.9%를 기록했다. 양 진영 지지층이 총결집한 전면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보수진영이 1인 1표 대결에서 수적으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흑서에 참가한 진중권·김경율·서민 등 몇몇 좌파 인사를 비롯해 문꿀오소리단으로 대표되는 친(親)문재인 세력이 떨어져 나간 진보 진영과의 대결에서 범보수 통합을 이뤄낸 윤석열 대통령은 개표 마지막 순간까지 이 대표를 추격하며 0.73%p 차이로 간신히 승리했다.

지난 20대 대선은 진영 간 전면전의 바로미터가 된다. 그러나 22대 총선 사전투표에서 여당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총동원령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여성경제신문이 선거인 수 대비 사전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여당 강세인 대구·경북에선 20대 대선의 약 70% 정도가 이번 사전투표에 참가했고 야당 강세인 호남·수도권에선 90%에 육박하는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선거 사전투표율 비교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 선거 사전투표율 비교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수진영이 사전투표 앞선 사례는
지난 지방선거 유일···결과는 '압승'

전국 254개 지역구 국민의힘 후보자가 모두 사전투표에 참여했지만 여당 지지층 저변에 깔린 부정선거 음모론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차이를 낳았다. 이와 함께 여의도연구원 내부 조사 데이터를 한동훈·홍영림·장동혁 등 당 지도부만 돌려보면서 지역구 출마자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도 지지층의 불신을 키웠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서울 중·성동을, 용산, 양천갑, 영등포을, 동작을, 서초을, 강남을, 송파갑·을·병, 광진을 등을 초박빙 접전지로 꼽으며 막판 지지층 결집과 투표 참여를 유도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구체적인 지역구 상황엔 함구하면서 "서울 지역구 10여 곳이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 추세"라는 내부 조사 결과로 희망 회로를 풀가동하고 있다.

투표율이 60%가 넘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작용해 야당이 유리하고 55% 아래로 낮아지면 야권의 분열을 의미해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런데 지금 추세라면 22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21대 총선(66.2%)과 20대 대선(77.1%) 중간값인 71.65% 근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사전투표율을 소수점까지 정확히 예측한 김민석 민주당 총선상황실장 역시 최종 투표율이 71.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KBS 의뢰로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미래 28%, 조국혁신당 22%, 더불어민주연합 17% 순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지지도를 합하면 39%로 국민의미래에 11%p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제21대 총선 최종 개표 결과를 보면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33.8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33.35%)을 앞섰다. 황교안 단일대오의 보수진영이 숫적으론 유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 이외에도 열린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묵시적 지원에 힘입어 지역구 163석을 얻어냈다.

반면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에 따로 투표하는 1인 2표가 적용되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단일대오 외엔 별다는 전략이 없는 보수·여당이 판판이 깨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홍준표 원톱 체제로 치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에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내주면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초기 실시된 제8회 지방선거가 보수진영이 진보진영보다 사전투표율이 앞선 유일한 사례다.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서울 등 12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대 대선을 기준으로 보수진영 유권자 200만명이 이탈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비례정당 국민의미래가 '28청춘'(지역구는 2번, 비례는 8번을 찍자는 의미) 캠페인을 펼친 자유통일당을 고발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은 '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자'는 뜻인 '지국비조'란 신조어를 확대 재생산하며 지지층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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