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제46회 산학 세미나 개최
해외 진출 생보사 2022년 기준 4곳뿐
인구수·경제성장률 못 바꾸니 +α 고민

국내 생명보험 산업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민기식 전 KB생명보험 부회장은 속도감 있는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제46회 산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생명보험 산업의 미래, 경영자가 말한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는 민기식 전 KB생보 부회장이 맡았다.
민 전 부회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낮은 수익률로 성장 폭이 둔화한 생보 업계가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편이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중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4개 사뿐으로 다른 나라에 비할 때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민 전 부회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미 20년, 15년 전에 동남아시아에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갔다"면서 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억7640만의 인구가 있는 인도네시아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2%에 달했지만 생명보험의 침투율은 0.9%에 불과해 개척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베트남 또한 2022년 6.1%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생보 침투율은 2.0%에 불과했다. 보험 침투율은 GDP 대비 총보험료를 명목 GDP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클 경우 국민 소득 중 보험료로 나가는 금액이 크다는 의미다.
일본의 보험 산업 역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15년 전 해외 진출을 처음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본은 외국 회사의 지분을 사는 간접 투자 방식을 활용했다. 꾸준히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은 결과 일본 1위 손보사 도쿄해상은 지난해 상반기 이익 중 73.3%인 2020억 엔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2019년 스미모토상사는 말레이시아의 민간 의료 보험 회사 'PM관리'와 '헬스 커넥트 홀딩스'의 지분 90% 이상을 인수하며 현지 의료 분야의 최대 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국 생보사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현지 비즈니스에 대한 정보나 인력 고용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점이 언급됐다. 민 전 부회장은 "우리는 동남아 등(진출할 곳)에 네트워크가 있는 외국인을 채용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면서 "(해외파견 하면) 한국 사람들끼리만 뭘 해보겠다고 견디는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지만 시장을 개척한다면 해외에서 생보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전 세계 평균을 웃도는 개발 단계 국가에 과거 한국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국내에서 잘 팔렸던 보험 상품을 출시할 경우, 이 국가에서도 해당 보험에 대한 수요가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 전 부회장은 "태아 보험이 없던 말레이시아에서 이 보험을 출시하자 공전의 히트를 쳤다"며 "역사적으로 (국내에서) 당시에 (선전)했던 상품을 잘 돌이켜보면 발전 단계에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보험연구원에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정세창 홍익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토론자로는 김해식 보험연구원 실장·성주호 경희대학교 교수·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이 나섰다.
패널토론에서는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생보 산업의 자산 운용 능력 강화, 가입자의 손해 방지에 치우친 정부 규제 완화 필요성 등 생보 업계의 향후 사업성 제고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