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98% 증가
지자체별 예산 제각각
국가 차원 관리 필요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수가 5000명에 육박하면서 공영장례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사망자에 연고 여부 확인과 시신 수습·처리 등 경제적 부담과 행정 대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공영장례는 지자체별로 조례 제정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행정 업무 주체가 자치구다 보니 지역별로 다른 예산과 행정 시스템에 지자체 부담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 2018년 2447명에서 2022년에는 4842명으로 최근 5년 동안 98% 증가했다.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2021년 3603건에서 지난해 541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가족관계 단절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망자를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제를 도입했고 지자체별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공영장례는 가족해체, 빈곤 등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공이 장례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 서울시가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도입했으며 2022년 기준 82개 지방자치단체가 공영장례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 인천, 부산, 울산 등도 공영장례를 시행하고 있다.
고령화에 1인 가구까지 늘면서 무연고 사망자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인 가운데 지난 1월 기준 전국 50여 곳의 지자체는 관련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산 증액과 예산 편차 해소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행정업무의 주체가 기초자치단체이다 보니 지역별로 공영 장례 지원 비용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내 장사시설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 1명당 장례 처리 예산으로 93만5000원을 지원하는데, 자치구별로 예산 지원도 80만원에서 160만원 사이로 제각각"이라며 "예산 문제로 품질이 떨어지는 장례용품을 사용하거나 장례 절차를 생략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재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영장례 관련 조례 제정 여부와 여건이 지역별로 모두 다르다"라며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조례 제정을 안 한 곳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광역시에서 제정이 돼 있어야 기초지방자치단체에도 조례 제정을 권할 명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며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74개 정도, 즉 77%만 조례가 제정된 걸로 조사됐다. 조례가 제정된 지역과 안 된 지역에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원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장례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공영 장례는 시군구에서 진행하도록 되어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 재원이 마련되어 있는 곳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지원을 못한다. 예산이 받쳐줘야 사업이 진행된다"라며 "예산은 지방에서 맞춰야 한다. 조례 자체도 그렇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연고 사망자) 건수가 적은 지역의 경우 관내에 있는 장례식장과 계약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무연고 사망자도 많고 그중에서 저소득자도 많다 보니 입찰을 통해 진행한다"며 "공영장례를 치를 업체를 모집해서 2년에 한 번 계약하는 거다. 거기서 무연고자 고인을 모시고 염습한 다음 화장하고, 제사까지 지낸 후 무연분묘에 모시는 형태다. 서울에선 이게 일반적인 절차지만 지자체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이 특이한 케이스다. 원래 각 구청이 담당해야 하는데 현재는 장사 관련해 중앙부처 부서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예산도 지원되지 않으니까 지자체에서도 관련 과를 만들기 힘든 거다. 그래서 서울시는 서울시청 안에 장사문화팀을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에서 장사 정책에 대한 과를 신설해서 전문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연고 시신 대란 먼저 겪은 日
저소득 노인 종활 정보 등록해
지자체별 필요 예산 미리 확보

한국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도 급증하는 무연고 사망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일본 내 공공 부담 장례 수는 5만2561건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신문 조사 결과 지자체들은 장제 준비나 친족과의 연락, 호적·친족 조사 등에 장시간이 걸려 행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노 쿠스 동일본국제대학교 교수는 "무연고 시신은 가족·지역사회의 지지 기능, 복지·의료 등 사회보장제도가 약화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자체의 대응에 맡기지 않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두고 국가가 직접 나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는 혼자 사는 저소득 노인의 '종활(終活)'을 지원하는 '엔딩 플랜 서포트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실시했다. 종활이란 자신의 사망에 대비해 장의업체와 계약하고 신변 정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 2022년 요코스카시 무연고 사망자 77명 중 16명(20.8%)이 생전에 종활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내년부터 소속 지자체의 '종활 정보 등록'을 지원해 공공장례 필요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긴급 연락처, 주치의, 연명치료 희망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가 미리 확보한다는 것이다.
최재실 교수는 "국내 공영장례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요를 예측한 다음에 그 범위 내에서 한 건당 장례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며 "대부분 용역 입찰을 11~12월에 진행하고 다음 연도 1월부터 (사업이) 시작되는 절차다. 사업 예산을 책정한 후 단가가 정해지므로 공영장례 수요를 사전에 확보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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