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의전 업체 수익 체계 파악 위해
장례식장 영업자 및 종사자 등 교육
상조 소속 장례지도사도 의무화 필요

'장례식 바가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정책 개선‧담당 부서 신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연합뉴스
'장례식 바가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정책 개선‧담당 부서 신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연합뉴스

"외부 업체 장례지도사가 일반 유골함보다 진공 유골함이 좋다길래 160만원에 구입했어요. 가장 비싼 제품은 400만원이더라고요. 그 얘길 들으니 일반 유골함엔 눈길도 안 갔죠. 나중에 검색해 보니 다른 데선 30만원대에 파는 제품이었어요.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경남 A 장례식장 소비자 B씨

"의전 업체는 하청의 하청이에요. 지옥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죠. 상조업체 입장에선 최저 투자로 최고의 효율을 뽑는 거예요. 원청(상조업체)에서는 돈은 줄이면서 우리보고 '서비스 퀄리티 왜 이 모양이냐'고 지적해요. 갈수록 장례 연출보다는 '얼마를 팔아야 얼마가 남지'라는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도 직업의식이 없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경기도 C 의전 업체 장례지도사 D씨

지나치게 비싼 값으로 장례 상품을 영업하는 일명 '장례식 바가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정책 개선‧담당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상조회사와 하청을 준 의전 업체와의 고용‧위탁 관계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수수료 체계 등을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전 업체는 줄어드는 수익을 메우기 위해 고객을 상대로 추가를 띄우며 무리한 영업 활동을 하게 되고, 업계에선 이를 관리‧감독하기 힘든 실정이다.

수도권에서 10년간 의전 업체 장례지도사로 일한 장모 씨는 "상조업체들은 수도권에서 잘되는 지역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례 의전 업체 등에) 하청을 준다"며 "원청사에서 돈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매년 바꾼다"고 토로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상조회사‧하청업체 간 공개되지 않는 수익 구조로 결국 소비자(유족)만 피해받고 있다"며 "상조회사가 의전 업체에 하청을 주고 거기서 수익 보장이 안 되니 결국 의전 업체의 장례지도사가 추가를 띄우면서 소비자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조업체는 의전 업체 등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한국장례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상조‧의전 업체 간 별도의 사업자를 가지고 위수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운영되다 보니 수수료 등 금액적인 부분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라며 "서울 같은 대도시는 상조회사에서 직고용해서 매일 그 직원들로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의전 업체를 쓴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선 일일이 장례지도사들의 소속을 알 수 없다. 지도사들의 영업 활동을 관리‧감독하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지도사는 주로 장례식장, 상조회사, 의전 업체, 공설‧장사시설 등에 종사한다. 프리랜서로 뛰는 경우도 있다.

장례식장 영업자‧종사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장사에 대한 법규 및 행정 사항 △장례식장 관리와 운영 △시신 위생적 관리 △유족 상담 및 상장례 문화 △그 외 직업 윤리 등 '장례식장 영업자 및 종사자 등 교육'을 매년 5시간 이상 받는다.

장사시설 종사자 교육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상조회사‧의전 업체 소속 지도사들은 해당 교육을 받지 않는다. 상조 분야는 장사법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장례협회 관계자는 "장사법은 장례식장‧묘지 보관 시설로 규정돼 있어서 상조 회사는 적용이 안 되지만 문구 하나만 바꾸면 될 일이다"며 "장례식장 염습실에 출입하는 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받게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상조회사 소속 장례지도사도 '장례식장 영업자 및 종사자 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상조회사 소속 장례지도사도 '장례식장 영업자 및 종사자 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협회 관계자는 "장례식장 영업자‧종사자는 매년 교육을 받다 보니 '이 사람은 어디 장례식장에서 근무하고 있구나'라는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정확히 어떤 산업 구조에서 파견돼 근무하는지 아는 거다. 상조 소속 장례지도사도 정확한 고용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육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교육을 받게 되면 상조 회사에서 하청을 준 의전 업체 소속 장례지도사는 누구이고, 총 몇 명인지 데이터가 나온다"라며 "그러면 (해당 지도사가) 어느 회사와 고용 관계를 맺었는지 알 수 있고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조리함을 수면 위로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과의 고용‧위탁 관계가 파악된다면 거기에 따른 수수료율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상조회사가 가지고 가는 수익이 얼마나 과도한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무리한 영업, 즉 '장례식 바가지'나 (비싼) 장례비용을 개선할 수 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장례 담당 부서 신설 시급해
국민 눈높이 맞는 장례 정책 펼쳐야

장례 업계에서는 교육 의무화에 대해 지난 201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복지부에선 쉽사리 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사망자는 계속해서 급증하는데 장례비용도 계속 올라간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높아지는 수요로 장례식장 잡기도 힘든 상황인데 비용 부담까지 안겨져 장례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례 업계에선 이러한 산업 구조 파악‧규제를 위해 장례 담당 부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관계자는 "체계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선 복지부에 장례 담당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장례식장‧의전 업체 등을 모두 관할하며 산업별로 몇 명이 고용돼 있고, 얼마의 매출이 발생하고, 해당 산업군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장례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주된 업무는 노인 복지다. 고령화 추세로 노인 지원 관련 업무를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앞으로 장례 정책 관련 사각지대는 더 심해질 거다.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장사 정책이 하루빨리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현을 위해 협회를 포함한 장례 업계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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