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무연고자 증가
초고령·핵가족화···"누구나 고독사 대상"
존엄한 마무리 위한 장례 지원 법제화 必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장례 지원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최소한의 장례 비용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챗GPT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장례 지원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최소한의 장례 비용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챗GPT

# 강원도 한 농촌 마을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72세 박모 씨. 그의 시신은 화장장에서 몇 시간 만에 처리됐다. 빈소도, 조문객도 없는 허전한 장례였다. 유골은 합동 봉안소로 보내졌다. 떠난 뒤에도 그 누구도 시신조차 찾지 않았다. 국가에선 예산과 인프라 부족을 핑계로 외면했다.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장례 지원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의 장례 비용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 총 2만609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매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중 73%는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사례다. 초고령화와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해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10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2만609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도별 사망자 수는 △2020년 3136명 △2021년 3603명 △2022년 4842명 △2023년 541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도 3613명에 달했다.

해당 기간 유형별로는 연고자가 있으나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사망자가 1만5069명(73.1%)이었다. 연고자가 아예 없는 경우가 3929명(19.1%),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는 1611명(7.8%)이다.

특히 연고자가 있으나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는 2020년 70.7%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8월 기준 76.2%에 달했다. 연령별대로는 70대 이상이 40.5%로 가장 많았고 60대 30.5%, 50대 18.2%, 40대 6.5% 40세 미만 2.2% 순으로 발생했다. 초고령화, 핵가족화, 사회적 관계 단절 등으로 인해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존엄한 죽음’도 복지의 한 영역으로 언급되고 있다.

최재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제 무연고 사망, 고독사는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 연고자가 있어도 가족과 단절, 자식과 갈등 등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고독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 제도 개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마무리하는 최소한의 품위다. 무연고 사망자에게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공영 장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가 있듯이 죽음도 하나의 복지다”라고 덧붙였다.

2024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조례 및 지원단가 현황 중 강원 지역 캡처. 강원 영월군이 2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단위: 천원) /박희승 의원실, 보건복지부
2024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조례 및 지원단가 현황 중 강원 지역 캡처. 강원 영월군이 2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단위: 천원) /박희승 의원실, 보건복지부

정부는 지난해 2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지자체별 장례 지원 편차를 줄이고 보다 존엄한 장례 의식을 제공하기 위해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표준조례 안’을 배포했다. 2024년 1월 기준 15개 시도(88.2%) 및 177개 시군구(78.3%)에서 공영 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지역 간 지원 예산 차이는 여전하다. 재정 여건 및 정책 우선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박 의원이 10월 전달받은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조례 및 지원단가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234만원, 경기 160만원, 울산 103만원, 부산·대구·인천·세종은 80만원으로 권역 내 동일했다. 평균 지원 단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 성주군 495만원, 가장 낮은 지역은 강원 영월군 25만원으로 19.8배 차이가 났다.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등 지방 지역은 자치구별로도 단가 차이가 컸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은 지원 예산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워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화장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자체 재원(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며 높을수록 재정 운영의 자립 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2024년 재정자립도 현황 캡처 /통계청 e-지방지표
2024년 재정자립도 현황 캡처 /통계청 e-지방지표

통계청 e-지방지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8.6%다. 서울이 79.8%로 가장 높고 전남은 26.9%로 가장 낮다.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자체일수록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

업계에선 장례 지원 법제화가 지원 단가를 정하고 중앙정부의 보조를 확대해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장례를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최재실 교수는 “결국은 비용 문제다. (장례 지원금이) 20만원이면 수의값도 안 된다. 봉안함, 인건비, 차량 등 최소한으로 필요한 조건만 합쳐도 100만원은 돼야 품위를 지키는 공영 장례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최저 비용 정도는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지원에 대해서는 “대개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취약하므로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예산 마련이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지방 지역은 인구 소멸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망자 숫자가 대도시에 비해 적다. (장례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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