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수다에 익숙한 극내향형 인간
회사 미팅·회의에서 미숙한 모습 보여
상대의 눈을 마주치라는 조언 받기도 해
밀도 높은 대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상대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
책에서 읽은 것을 잃지 않고자 필사를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feel)과 생각(思)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대화의 밀도> 류재언, 라이프레코드, 2023
<태도의 말들> 엄지혜, 유유, 2019
오늘도 친구와 수다를 떨며 출근했다. 날씨는 어떤지, 머리 드라이가 잘 안됐다던지 아침에 아메리카노는 필수라는 수다를 떨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오에는 점심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저녁엔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며 서로를 토닥이고 퇴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모든 이야기는 카카오톡으로 나눈다. 카카오톡 수다 루틴인 셈이다.
친구 외에도 동료, 상사, 거래처 직원 등 그 외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수단은 카카오톡, 메일 등이 70이고 대면이 30인 듯하다. 극 I의 내향형인간이어서 일 이외에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기에 이 비율이 다를 수는 있다.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표정과 어투 등을 알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서로에게 메시지를 쉽게 전송하고 받고 말 그대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카카오톡 대화에 익숙해진 필자는 대면이 어렵다.
물론 친한 친구와는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일로 얽혀있는 관계, 예를 들면 아직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래처 직원과 문자로 이야기를 시작해 실제로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눌 때 홍당무가 되곤 한다. 비즈니스 이야기가 오고 가긴 하지만 최대한 그들에게 호감을 주고 싶고 같이 일을 만들어 가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런데 얼굴이 붉어진 홍당무는 미팅 회의록 쓰기에 급급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그걸 본 상사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다. 상대방 눈을 마주치라고 하셨다. 그 이후 눈을 마주치고, 경청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몸을 책상에 붙이고 상대방 쪽으로 기울인다. 나름의 경청 뉘앙스 노력이지만, 그건 금방 탄로가 나기 마련이다.
또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생각이나 주장을 말했을 때 어떤 반박에 부딪혔을 때도 홍당무가 된다. 아주 고약한 심보를 지니고 있는데 마음속에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태도는 회의를 냉각시키기만 할 뿐,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없다.

류재언 변호사의 책<대화의 밀도>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선장과 함께 나아가는 선원이라고 자신을 칭해놓고 어느새 독단적으로 생각을 펼쳐 나가고 있는 내게 뼈 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나아가보자. 성숙해지기 위한 한 걸음을 시작해 보자. 혼자만의 생각을 주장하는 게 아닌 토론을 통해 생각을 치열하게 나누고 그 끝에 도출된 결론을 깔끔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보자고!
또 가끔 있는 미팅 식사 자리, 회식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3~4명 이상이 모인 자리가 대부분인데, 수많은 말들에 치이곤 한다. 사회적 체력이 부실하다는 걸 알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꼬리가 내려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 복기해보면 흘러가는 것이 많고 가끔 공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럴때 마다 드는 생각은 ‘좋은 대화란 무엇일까?’

어쩌면 ‘수다’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말들이 좋은 대화인 것 일까? 일상을 공유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서로의 말을 오해하지 않는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런 대화는 아마도 신뢰에 기반한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관계는 태도와 진심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러한 대화의 태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를 예로 든다.
상어식 대화는 초반부터 날카롭게 파고들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고, 평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와 다른 주장을 펼치는 먹잇감을 포착한 다음, 비교하고 핀잔을 주고 대놓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
고래식 대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이와 다르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와중에 필요할 때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래식 대화는 단단한 자존감과 절제된 에고(ego)가 전제되어 있기에, 이들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와 정서를 나눈다.
우리는 고래식 대화법의 소유자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저자의 말대로 먼저 상대의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마음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이는 ‘태도의 말들’ 엄지혜 작가의 말과도 통한다.

이전에는 견고히 쌓은 지식과 취향에서 수준 높은 대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러니까 대화의 밀도를 결정하는 건 상대방을 알아가려는 노력과 마음 그리고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경청 뉘앙스로 가짜 태도를 보여줬던 것을 반성하며. 그건 상대방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을 것이라고. 그에게 안테나를 기울이고 발화하는 내용 이외의 침묵에도 귀 기울이고 표정을 읽어보자. 여성경제신문 더봄 고현희 이사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공감 대화’를 하기 위해 상대방의 느낌을 먼저 살펴보자고!
아직도 대화를 잘 못 하는 미숙한 내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바로 옆에서 말해주는 사람, 책에서 말해주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이 스승으로 와준 것에 감사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대화의 성숙도를 향상하기 위한 진짜 노력을 기울여보자는 스스로의 대화를 마치며. 대화의 맛을 알고 싶은 카톡 수다쟁이는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외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