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선택자가 되기 위한 결정
실패를 두려워하면 선택 장애
스스로 결정한 삶 믿고 나가기

책에서 읽은 것을 잃지 않고자 필사를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feel)과 생각(思)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선택, 선택의 재발견> 김운하, 은행나무, 2014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리베르, 2018

<후회의 재발견> 다니엘핑크, 마음산책, 2022

대학생 시절 점심시간. 식당 맞은편에 앉아 있는 친구들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곤 했다. 메뉴 선택을 제일 늦게 했기 때문이다. 제육볶음을 먹을지, 된장찌개를 먹을지 선택 하지 못했다. 처음에 친구들은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나중엔 그러려니 하고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이해해 준 건지 포기한 건지 그랬다.

요즈음 점심 메뉴 스트레스는 줄어들었다. 회사 구내식당이 메뉴를 결정해 준다. 그런데 또 다른 사소한 선택 앞에서 주저하곤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틴트(립스틱보다 묽은 액체 타입의 화장품)를 사곤 하는데, 어떤 핑크색을 살지 계속 고민한다. 하늘 아래 같은 핑크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난달에는 장밋빛 핑크 색상을 샀다. 틴트 하나 사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만원이 채 되지 않는 저렴한 편에 속하는 틴트였는데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는 또 다른 핑크색 틴트를 기웃거렸다. 배송된 장밋빛 핑크 틴트를 발랐는데 얼굴이 더 칙칙해 보였다. 선택의 실패를 맛보곤 이번 달엔 코랄이 살짝 섞인 코랄핑크를 구매했다. 지난달에 하지 않는 선택을 이번 달에 했다. 

지난달에 한 선택을 이번 달에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20대 어느 날이었다. 외삼촌이 암 투병을 하고 계셨는데 병원에 ‘죽을 사갈까? 말까?’ 고민했다. 결국 귀찮다는 핑계로 삼촌을 찾지 않았다. 그 뒤로 삼촌을 볼 수 없었다. 그 주에 돌아가셨다.

남은 거라곤 그저 원망과 자책뿐이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후회를 하곤 한다. 그 후회는 선택 뒤에 남는 결과로,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결과다.

『선택, 선택의 재발견』 필사 /최영은 
『선택, 선택의 재발견』 필사 /최영은 

인간이 가진 지식과 선택 능력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선택 후에 계속 좌절한다. 그 좌절 속에서 더 나은 ‘선택자’가 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의 실패를 한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

실패가 두려워 ‘선택 장애’에 빠지기도 한다. 선택을 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선택 장애가 나타난다. 대학에 진학하고, 과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등의 계속되는 선택에 후회를 반복하면서 삶을 배워가는 중인 걸까? 선택의 실패가 또다시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킨다.

‘선택 장애’ 뒤에도 후회가 남기란 마찬가지다. 선택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면? 선택과 후회라는 무한 굴레 속에서 ‘선택 장애’에 걸린다. 위에서도 말했듯, 점심 메뉴 고르기에서부터 직업을 고르는 것까지 선택을 미루더라도 후회는 남는다. 이러한 후회에는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을 펼쳐보면 네 가지 종류 후회가 등장하는데,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후회를 분류했다. 먼저 기반성 후회란 ‘그 일을 했더라면’과 같이 우리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영역에 대한 후회다. 인간이 언제나 ‘안정’을 추구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대담성 후회란 ‘위험을 감수했더라면’처럼 더 대담한 결정을 했다면 더 많은 성취를 얻을 수 있었을 거라는 ‘반사실적 사고’로 인해 찾아오는 후회다. 인간에게 안정만큼이나 ‘성장’도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도덕성 후회다. ‘옳은 일을 했더라면’과 같은 후회로 도덕적인 행동이 무엇인지에 관해 저마다 다른 정의를 내리기 때문에 다른 후회보다 더 복잡하다. 우리가 ‘선함’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관계성 후회는 ‘손을 내밀었더라면’과 같은 후회다. 네 가지 핵심 후회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타인과의 관계야말로 우리 삶에 목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무엇보다 ‘사랑’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다니엘 핑크는 저서에서 후회 활용법마저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와닿았던 방법은 ‘자기 거리두기’다. 시간이나 공간, 혹은 언어를 통해 줌아웃함으로써 후회에서 얻은 교훈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라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낯설게 보라는 뜻 아닐까? 후회에서 얻은 교훈을 분석하라니. 후회 활용법의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시도해 볼 법하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필사 /최영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 필사 /최영은 

조금 더 나아가,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맞지 않는 길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자기가 선택한 길을 스스로 맞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견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물론 이는 그 선택이 자신의 진실한 내면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섣불리 선택하지 말고, 선택 장애에 빠져 시간을 놓치지 말고, 충분히 숙고하되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일까?

핵심은 좌고우면할 것 없이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선택을 했다면 후회가 남기란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이며, 그저 선택의 후회를 최소화하도록 ‘Just do it’ 해보면 좋지 않을까?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라는 피터 비에리의 말처럼. 내가 결정한 삶을 밀고 나아가보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각자이기에 오늘도 선택을 한다. 어제보다 나은 선택자라는 위안 삼아.

(왼쪽부터)김운하의 '선택, 선택의 재발견',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다니엘핑크의 '후회의 재발견' 책 표지. / 은행나무, 리베르, 마음산책
(왼쪽부터)김운하의 '선택, 선택의 재발견',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다니엘핑크의 '후회의 재발견' 책 표지. / 은행나무, 리베르,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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