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소비·여가만족 세대 중 최하
고용·자살·빈곤율 OECD 최상위
개도·선진국은 U자형 행복 패턴
한국인만 나이 들수록 행복도 하락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노인 삶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표 대다수에서 노년층은 젊은 층보다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9%를 기록했다. 올해는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불행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노년층에서 29.9%에 그쳐 아동·청소년(56.6%), 청년(41.8%), 중장년(38.0%)에 비해 낮았다. 반면 '불만족' 비율은 19.4%로 아동·청소년(10.2%), 청년·중장년(17%)보다 높게 나타났다.
노인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각종 지표는 악화 추세를 보인다. 개인이 일상에서 행복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를 지표화한 '긍정 정서'도 60세 이상은 6.6점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30~49세는 6.9점, 전체는 6.7점이었다.
자살률도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2022년 기준 7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78.8명 수준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전체 자살률(25.2명)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소득 만족도'는 60세 이상이 25.6%로 전 세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전체(14.9%)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OECD 국가 중 에스토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국가인 코스타리카(22.4%), 멕시코(19.8%), 일본(20%)보다도 높았다.
문화·여가 분야 각종 지표도 하위권이었다. '여가생활 만족도'는 60세 이상이 25.2%로 전 세대 중 최하위였으며 세대별 연평균 문화예술, 스포츠 관람 횟수도 60세 이상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노년층이 유독 불행한 것은 한국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생애에 걸친 개인의 행복 수준을 그래프로 나타낼 경우 일반적으로 아동·청소년 시기를 거치며 낮아지고, 50대 이후 반등하는 U자 형태가 나타나는데 한국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초고령화 사회,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노년층의 행복도를 제고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사는 "U자형 행복 패턴은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나고, 남성과 여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오랑우탄과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U자 형태의 행복 곡선이 나타난다"며 "그런데 이 같은 생애주기에 따른 행복 패턴이 한국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U자형 행복 패턴 대신 나이가 들수록 행복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