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조차 들어가기 힘든 시각 장애인
지자체 행정 시설도 설치율 33.2%
권익위 점자블록 파손 신고율 61%

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역 인근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김현우 기자
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역 인근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김현우 기자

# 비장애인은 아무런 문제 없이 드나드는 식당조차 장애인은 가기 어려워요. 갈수록 점자블록을 발 매트 등으로 가려놓은 곳이 많이 생겨요. 물론 저마다의 사정은 있겠지만, 단 한 명의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라도 점자블록은 가리지 않았으면 해요. 또한 점자블록에 대한 설치도 관리도 미흡한 점은 꼭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식당 주 출입구 점자블록을 발 매트 등으로 가려놓은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각 장애인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본지가 하남시 미사역·서울시 강동역 일대 식당가 주 출입문을 취재한 결과 10곳 중 5개 매장은 주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시각 장애인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발 매트 등으로 덮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메뉴얼-설계원칙'에 따르면 출입구(문)는 실내와 실외를 구분 짓는 곳으로 누구나 건물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또한 해당 시설의 공간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7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 점자블록(오른쪽)이 발 매트에 가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7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 점자블록(오른쪽)이 발 매트에 가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주 출입구 부근 점자블록 설치, 점자안내판 설치, 음성안내장치(음성유도기) 등이 설치되어야 한다'고도 명시됐다.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이모 씨(남·48)는 "혼잡한 시간대에는 음식점을 이용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나오는 사람 들어가는 사람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점자블록까지 없으니 사람들과 부딪히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해 위험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 33.2%

일반음식점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281개소 등 행정시설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난 2020년 '장애인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9개 시도 소재 주민센터 281개소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을 한 결과 총 4886개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조사 항목 중 적정 설치된 시설은 단 33.2%에 불과했다. 

편의시설 항목별 설치 현황을 보면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11%로 가장 열악했으며, 다음으로 안내시설 15.1%, 비치 용품 32%, 매개 시설 39.4%, 내부 시설 45.5% 순으로 조사되어 조속한 시정 조치와 제고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민센터의 중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블록, 점자 표지판, 점자 안내판 또는 음성 안내 장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적정 설치율이 23.4%로 매우 낮게 조사되었으며 미설치율이 49.5%로 조사되어 시각장애인의 시설 접근과 이용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9개 시도별 적정 설치율에서는 충청북도 소재 주민센터가 19.2%로 가장 낮게 조사되었고, 미설치율 또한 55.8%로 9개 지역 중 가장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소재 주민센터 또한 부적정 설치율이 34.8%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점자블록 민원 유형별 현황 /국민권익위
점자블록 민원 유형별 현황 /국민권익위

관리 미흡 민원 사례도 잇따라

점자블록 관리 미흡에 따른 민원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자료인 3년간(2015년 4월∼2018년 3월) 점자블록 관련 월평균 민원은 2015년 58.7건에서 2017년 39건으로 줄었다가, 2018년에는 46건으로 다시 늘었다.

민원 유형별로는 ‘점자블록 파손 등에 대한 신고’가 61.0%(1020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점자블록을 가리는 것에 대한 신고 11.1%(185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 8.7%(146건), 미설치 지역 설치 요구 7.8%(130건) 순이었고, 기타(각종 질의·건의 등) 의견은 11.4%(191건)였다.

점자블록 위치 오류와 관련한 민원 장소별로는 횡단보도가 85.5%(77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하철 역사 3.2%(29건), 버스정류장 3.0%(27건), 공공시설 2.0%(18건) 순이었다.

각 민원 유형별로 세부 내용을 보면 점자블록 파손 등 신고 민원은 점자블록 파손이 50.5%(515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점자블록 침하 15.9%(162건), 점자블록 이탈 4.4%(45건), 점자블록 들뜸 3.4%(35건) 등의 순이었다.

점자블록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불법주차가 52.4%(97건)로 절반을 차지했다. 뒤이어 광고물 13.0%(24건), 노점 7.6%(14건), 볼라드(길말뚝) 6.5%(12건) 순이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장애인 보행 편의시설을 관리하는 자치단체 등 소관 기관에 통보해 파손 또는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다른 시설물에 가려 제 기능을 못 하는 점자블록 등에 대한 점검과 적극적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