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편법 동원하는 '얌체 주차 족'
장애인 구역 불법주차 민원 폭증
"위조는 신분 절도, 처벌 강화해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 표지를 인터넷에서 프린트해 위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구역보다 자주 비워진 틈을 타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얌체 주차 족'에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여성경제신문이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 구역 불법주차와 관련한 민원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5만9116건이던 불법주차 신고는 2021년 125만1028건, 지난해엔 162만7195건으로 늘어났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일주일에 10건은 꾸준히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 있는 주거지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가능 표지' 이미지를 내려받은 40대 A씨가 표지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부산 해운대구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위조한 표지를 자신의 차량 운전석 앞 유리창 아래쪽에 비치한 혐의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범행은 위조된 표지를 목격한 시민이 고발하면서 드러났다. 부산지법동부지원은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서울 각 구청은 양도, 도용, 위조 등 유효하지 않은 주차 표지를 부착한 '얌체 주차 족'을 잡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무인단속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차량이 진입하면 단속기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장애인 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차량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허용되지 않은 차량이 적발되면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 음성이 나와 자진 출차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교해진 단속 못지않게 표지 악용, 불법주차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A씨 사례처럼 장애인용 표지를 불법 인쇄해 쓰는 것뿐만 아니라 지인 명의 표지를 빌려 사용하거나 가짜 표지를 물건으로 반쯤 가려 차량번호, 위조 방지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게 하는 등 '꼼수'가 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또 다른 구청 직원은 "실제 장애인 차량번호와 동일한 번호가 적혀 있는 등 육안으로는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처벌이 약한 것도 장애인 구역 불법주차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지를 불법으로 사용하더라도 단속 주체가 수사기관에 별도 고발하지 않으면 구청이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부과하는 과태료 20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 처벌은 별개다. 이조차도 단속기관이 운전자를 고발하기엔 건수도 많고 처리 과정이 복잡해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애인 주차 구역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현장에 있지 않은 한 경찰이 바로 수사할 수는 없지 않나. 시민들도 딱 봤을 때 위조 표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 고발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경찰이나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데, 그들이 확인할 기회나 계기가 없다. 처벌이 더 강화되는 방법뿐이다"라고 말했다.
표지 위조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제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가짜 표지로 주차하는 행위는 두 가지 범죄인 거다. 비장애인의 장애인 신분 절도와 문서위조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강력한 처벌이 되어야 한다"며 "발각되기 어려운 만큼 '나도 그냥 해볼까'하며 유혹되기 십상인 행위다. 따라서 해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더 충분한 형벌이 가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부착하고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경우에만 주차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 시 10만원 △주차방해 시 50만원 △장애인자동차 표지 불법 사용(위조, 변조, 양도 등) 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기소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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