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한동훈, 재주 많은 '원숭이상'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인 상
사람·세상 보는 안목 길러야
대권 뜻 있다면 정(情) 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찬을 함께하며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다. 이 사건은 표면상으로는 한동훈이 판정승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면으로는 한동훈이 판정패한 것이다.

필자는 과거 2021년 칼럼을 통해 한동훈의 좌천 당시 "현재는 맹수에 쫓긴 원숭이처럼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격이다. 추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나 조만간 나무 중심부로 돌아와 숲을 활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언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예측대로 복귀해 화려한 행보 중이다. 한동훈의 이런 좋은 운이 향후 어떻게 변할 것인지 분석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재주 많은 '원숭이상'이다. /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재주 많은 '원숭이상'이다. /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원숭이 관상'을 지녔다. '원숭이상'은 재주가 많다. 기획력도 좋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두뇌도 명석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머리로 올라가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서울대 출신들이 대통령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상고 출신 대통령, 비 서울대 출신 대통령이 절대다수인 건 우연이 아니다. 한동훈은 천재라고 평가받을 만큼 똑똑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다. 시대를 읽어내는 눈도 약하다. 한동훈의 약점이다.

한동훈은 정치에 입문은 했으나 아직은 정치를 너무 모른다. 본인은 잘 안다고 자신할 것이나 필자가 보는 시각으로는 어림없다. 정치적인 내공도 약하다. 정치 고수가 아닌 하수들의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수는 팩트에만 강하다. 팩트가 아닌 것에는 허둥지둥한다. 윤석열이라는 커다란 산이 버텨준 덕에 크게 성장한 사람이 한동훈이다.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한 지지율은 언제 빠질지 모른다.

하수는 순간순간, 한 마디 한 마디에 모두 반응한다. 물속의 작은 송사리들은 낙엽만 떨어져도 놀라 도망친다. 미세한 진동에도 즉각 반응하는 것이다. 반면에 큰 잉어는 조약돌을 던져도 풍덩 소리에 꼬리 끝만 살짝 움직일 뿐이다. 하수들은 모든 판을 이기려고 덤빈다. 한동훈은 사사건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응한다. 큰 정치인, 정치 고수는 작은 비난에는 대꾸하지 않는다. 백 번을 욕먹고 비난받더라도 그 모든 걸 감내하고 참는다. 그러다 마지막 큰 한 판으로 판을 뒤집는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점 중 하나다.

세상의 그 누구도 모든 승부를 이길 수 없다. 이길 필요도 없다. 모든 판을 다 이기면 그만큼 큰 위험이 다가오는 법이다. 당시에는 쾌재를 부를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만다. 정치판은 사기 도박판 위에서 춤추는 화투놀이와 비슷하다. 시작하자마자 타짜처럼 모든 판을 다 이기면 과연 큰돈을 딸 수 있을까? 이런 자는 진정한 고수가 아니다.

한동훈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후 어떤 이슈와 공격도 잘 받아쳤다. 매번 상대를 녹아웃시켰다. 아무리 작은 꼬투리나 지적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두 대꾸했다. 그 능력은 대단하다. 큰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필자는 그때마다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조만간 큰 시련이 닥칠 것임을 봤기 때문이다. 자잘한 것을 모두 이겼기 때문에 이제는 크게 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한동훈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한동훈 옆에 방패막이를 해줄 인사가 사라지거나, 지혜가 밝은 인사가 곁에 없으면 앞으로 작은 실수에도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사안에도 지지 않으려는 성정을 지닌 자신의 탓이다.

한동훈처럼 자신의 두뇌를 자신하는 사람들이 유념할 점이 있다. 아주 명석한 자는 큰 것에 죽는 일이 거의 없다. 가까이 있는 작은 바늘에 손끝을 찔려 절명하는 법이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이런 무서운 섭리의 고리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개념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은 모르고 있다. 오히려 그런 걸 알 필요가 있나 하고 반문할 수 있다.

한동훈은 아직 대권 도전의 꿈이 확실하지 않다. 그게 관상에 드러난다. '대통령 한번 도전해볼까?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정도다. 대권으로 가는 길은 멀다. 긴 여정 속에 넘어야 할 여러 장애물이 있다. 한동훈은 그 중 1차 그물에 걸렸다. 3차도 아니고, 2차도 아니고, 1차 그물에 바지 끝이 걸려버렸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마찰은 등에 섶을 가득 진 자가 촛불을 잡아챈 격이다. 아차하면 자신을 불태우게 된다. 한동훈은 윤 대통령이 어떤 존재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렇게 가까운 관계였는데도 말이다. 사람 볼 줄 모른다는 증거다. 사람과 세상을 눈앞에 보이는 대로만 인식하면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돼 있다.

한동훈은 지금이라도 눈을 감고 사람 보는 법, 세상 보는 안목(眼目)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원숭이상'은 한 번의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는다. /픽사베이
'원숭이상'은 한 번의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는다. /픽사베이

'원숭이상'은 두뇌가 비상하고, 임기응변도 좋고, 기획과 전략도 잘 짜고, 눈치도 빠르지만 단 한 번의 판단 미스로 나무에서 떨어지면 바로 치명상을 입는다. 골절상을 크게 입거나 맹수에게 잡아먹힌다. '원숭이상'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대로 포기하고 돌아서도 되는 일반적인 관상과 다르다. 가진 것까지 모두 다 내놔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관상과 다른 점이다. 중국의 마윈도 '원숭이상'이다. 한 번의 말실수로 모든 것을 뺏기고 방랑자 신세로 전락했다.

한동훈은 최근 대통령실과의 관계에서 한 번 판단미스를 했다. 여기에서 판단 기준은 '누가 옳은 말을 했느냐'가 아니다. '어떤 게 더 가치가 큰가', '어떤 사안이 본질인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분석하고 판단했다. 이것은 지극히 검사적인 시각이다. 정치 고수의 시각이 아니다.

유명 정치인 중에 이회창 전 총재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가장 비슷한 인물이다. 차디찬 가슴을 지니고, 이성만 앞세우고, 자신의 두뇌를 신봉하면 뜻하지 않은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 비수를 던져 치명상을 입는다. 대권 도전에 꿈이 있다면 지금까지 지녔던 개념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술도 일체 안하고 모임에도 잘 참석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가벼운 잡담이 얼마나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한동훈만 모르고 있다. 꿈이 크면 클수록 쓸데없는 짓거리에 익숙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가슴은 없고 기계적인 매뉴얼대로 살면 혼자만 훌륭한 사람이 된다. 얼음장 같은 가슴은 검사일 때는 인정받아도 정치판에서는 외면 받는다. 인간적인 정(情)이 없는 자는 혼자 깨끗할 수는 있어도 만인과의 동행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시험을 코앞에 두고도 친구 결혼식에도 가고, 상갓집도 방문했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가 된 것이다. 이런 시간낭비라고 여겨질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유능한 검사로만 남았을 것이다. 아무리 지모가 뛰어나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공염불로 끝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대권에 꿈이 있다면 한 번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 '원숭이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세가 시급하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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