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이승만·노태우·김영삼 이름 속 비밀
"상식을 벗어난 색다른 의미 담겼다"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기록원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기록원

이름은 자신을 한 단어로 나타내는 명칭이다. 이름을 통해 그 사람을 인식하고 소통한다. 이름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기 자식들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좋은 뜻을 지닌 자(字)를 조합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이름이 되는 건 아니다. 좋은 이름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동일한 단어를 사용해도 관상(觀相)과 사주(四柱)에 따라 좋은 이름이 되기도 하고 흉한 이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의미는 좋더라도 위험한 이름이 있고, 보통 사람들은 흉하다고 여기는 뜻을 지녔지만 당사자에게는 잘 맞는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독특한 이름이 있다. 상식을 벗어난 색다른 이름이다. 일반 성명학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깊은 철학이 숨겨진 이름이다. 바로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으며 반전이 숨어있는 이름들이다.

이승만(李承晩)을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늙은 나이에 계승한다'는 뜻이다. /국가기록원
이승만(李承晩)을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늙은 나이에 계승한다'는 뜻이다. /국가기록원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의 아명(兒名)은 이승룡(李承龍)이다. 태몽으로 용꿈을 꿔서 승룡(承龍)이라 지었으나 사주팔자를 보니 '늦게 왕이 될 사주', '늙어 잘 풀릴 운'이라 이름을 승만(承晩)으로 개명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이승만(李承晩)을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늙은 나이에 계승한다'는 뜻이다. 결국 고령인 74세의 나이에 대통령직을 계승했다.

사람은 각기 때가 다르다. 초년의 흐름이 좋은 사람도 있고, 말년에 가서야 대기만성하는 사람도 있다. 전체적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늙을 때까지 나쁜 운이 연속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잠재력과 운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이름을 짓는다면 이름에 '늦다', '늙다', '작다', '낮다'처럼 보편적으로 흉하게 여겨지는 작명으로 오히려 크게 성공하거나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鄧小平)도 '작을 소' 자를 이름에 넣었다. 나약하게 보이는 小자가 큰 반전을 일으켰다.

노태우(盧泰愚)를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통령기록관
노태우(盧泰愚)를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통령기록관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이름도 독특하다. 클 태(泰)와 어리석을 우(愚)다. 쉽게 풀이하면 '크게 어리석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보면 '바보'라는 의미다. 어찌 보면 굉장히 흉한 이름이다. 노태우의 조모가 팔공산 파계사에서 기도를 하던 새벽, 노스님에게 검은 염주를 받는 꿈을 꾼 후 잉태했다고 한다. 또한 임신했을 때 큰 구렁이가 몸을 휘감는 태몽을 어머니가 꿨다고 한다. 구렁이를 용이라 여겨 태아 이름을 태용(泰龍)으로 지으려 했으나, '겸손'의 의미로 어리석을 우(遇)를 넣어 태우라고 작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냥 '어리석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멍청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크게 어리석다'는 것은 '크게 지혜롭다'는 의미도 된다. 큰 도(道)를 터득하고 나서 세상을 다시 돌아보면 '한낱 부질없는 인간의 몸부림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간혹 큰 도인이 철부지 같은 언행을 일삼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래서 '크게 어리석다'는 것은 그냥 '어리석다'는 것과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한 예로 '나는 진짜 멍청해요', 또는 '나는 진짜 아는 거 없어요'라는 말은 진짜 모를 수도 있지만 '나는 진짜 아는 거 많은데 티 내고 싶지 않다'라는 의미와 같다. 난 모르니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속뜻도 있다. 노태우는 정치 입문 후 늘 '나는 잘 모릅니다', '나는 보통 사람입니다’를 말하고 다녔다. 자신을 낮춘 것이다. 이름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며 상대를 방심시켜 무장해제 시켰다. 나를 공격하지 말고, 나를 경쟁자로 생각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노태우는 내심으로는 큰 포부를 품고 있었다. 태우라는 이름은 큰 야망을 감추고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만약 노태우가 전두환처럼 야망도 겉으로 드러내고 똑똑한 척, 능력이 탁월한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면 전두환으로부터 대권을 넘겨받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을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세 번 헤엄친다'는 뜻이다. /대통령기록관
김영삼(金泳三)을 성명학으로 풀이하면 '세 번 헤엄친다'는 뜻이다. /대통령기록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이름은 헤엄칠 영(泳)과 석 삼(三)이다. '세 번 헤엄친다'는 뜻이다. 이 이름은 사실 목숨을 담보로 지은 이름이다. 물속이라는 것은 항상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더욱이 수영으로 물을 건넌다는 것은 익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접싯물에 코 박고 죽는다'는 속담처럼 깊은 바다에서 빠져 죽는 게 아니라 허리춤밖에 안 되는 곳에서 방심하다 죽는 것이다. 아무리 얕은 물도 위험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물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필수 요소지만, 반대로 쓰나미처럼 사람을 한순간에 쓸어버릴 수 있다. 물은 편리성과 위험성, 유익함과 재앙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세 번 헤엄친다는 것은 '목숨을 세 번 걸어야 한다', '그 후에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성명 풀이가 된다.

김영삼의 이름 속에는 자신의 삶과 흐름이 적시돼 있다. 과거 국회의원 강제 제명, 자택 연금, 23일간의 단식 투쟁, 군부독재에 항거, 민주화 투쟁 등을 거치며 최소한 3번 이상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름은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기도 하고, 부족한 기운을 보완해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이름 속에 깃든 기운은 자석처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좋은 이름이든 나쁜 이름이든 당사자의 삶과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운명도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예쁜 이름, 듣기 좋은 이름, 뜻은 좋으나 맞지 않는 이름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이름이 우선이다. 자신과 잘 어울리는 이름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과 같다. 좋은 이름은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성공의 지름길로 인도한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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