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檢 공소사실 범죄 증명 못해"
검찰의 수사권 남용 지적해온 梁
'무리한 수사' 둘러싼 논란 불가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대법원이 행정부와 일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재판을 거래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승기를 잡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강제징용 관련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5일 양 전 대법원장에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한동훈 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3차장)이 2019년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 사실만 47개였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장은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항변해 왔다.

법조계에선 사법농단의 수장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무죄가 선고된다면 무고(誣告)로 점철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고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했다"며 사건의 본질을 검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규정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은 혐의는 크게 보면 세 갈래다. 먼저 사법부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것과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에 부담이었던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 선고를 고의로 늦췄다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자신의 뜻에 반하는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특정 법관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헌재 파견 법관을 활용해 내부 정보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특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 김경율 회계사의 포스팅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 김앤장의 삼각 거래 의혹을 제기한 검찰은 2018년 12월 사상 최초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중반기인 2019년 2월 사법부 수장이 처음으로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고 290회가 넘는 공판 끝에 이날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오후 4시 10분이 되자 1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과 관련한 혐의들에 대한 판단을 밝혔으나 쟁점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최종 선고 결과는 오후 늦게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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