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신청해도 거절당할 확률 높아
재판 시스템 피해자 의사 확인 못 해

# 문모 씨(여, 25세)는 2019년 대학교 신입생 시절 교제 중이었던 이모 씨(남, 26세)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해 그를 고소했다. 문씨는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판사가 승인을 거부했다. 그는 "내가 피해자인데 왜 반성문을 볼 수 없냐"고 토로했지만, 반성문을 보기는커녕 왜 거부당했는지 이유도 듣지 못했다.
형사 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문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배경'에 불과하다"며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형사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반성문조차 보기 힘들며, 결국 가해자가 반성문에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해도 반박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결국 판결에도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씨는 "반성문 열람 여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오직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내가 거절당한 이유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돈만 주면 반성문을 대필하는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진심으로 반성문을 썼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민우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는 판사들이 반성문 열람을 거절하는 이유로 "피해자가 형사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본인의 진술에 대해서만 열람을 허가하고 피해자 본인의 진술이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형사 사건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다루는 사건이 아니라 국가가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는 재판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검사가 당사자를 맡는다. 검사가 피해자의 대리인이 아니므로 피해자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당 사건 변호를 맡은 손원실 법무법인 태하 인천지부 대표 변호사는 "국가 운영은 어느 정도의 객관성이 담보돼야 하고 따라서 전적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 구조상 가해자의 반성문도 피해자가 아닌 판사가 읽을 것을 전제로 작성된다.
손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성문 정도는 공개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다소 보수적인 법조계 특성상 피해자의 의사가 너무 깊이 개입되는 걸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방 대표 또한 반성문을 피해자한테도 송달하고 피해자가 이를 읽을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만들자고 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간단하게라도 용서 여부에 관해 질문해 답을 얻고 이를 재판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