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갑 이젠 바뀔 것···'여명의 시간' 예고
"갚을 빚 없는 나, 정치 혁신 기수 최적임자"
尹 대통령에게 "청년 지칭 범위 넓다" 건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인물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좋은 정치인을 뽑고 키우는 일은 국민의 몫이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좋은 정치인을 뽑기 위해선 일과 사람을 보는 능력(知人之鑑)이 중요하다. 여성경제신문이 국민의 눈을 대신해 대한민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후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국회의원 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은 젊은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당 영입 인사 13명 중 2030 후보는 7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991년생, 올해 기준 32살인 여명 전 행정관도 서울시 동대문구(갑)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학생 시절부터 '보수 꿈나무'로 불렸던 그는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자유기업원 연구원,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을 거쳐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정계에 안착했다.

국민의힘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당내 기반을 다졌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낙점돼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다. 윤 대통령이 태생적 자유주의자라면 여 전 행정관은 타고난 보수주의자다.

자유주의가 진취성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면 보수주의는 일(事)로써 자유민주 질서에 복무하는 것을 중시한다. 대학 시절부터 이미 '보수의 길'을 선택하고 활동해 온 10년, 각종 사회 이슈를 둘러싼 이념 전선에서도 내공이 강하고 경력도 화려하다. 4·10 총선을 앞두고 동대문갑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던진 여 전 행정관을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19일 동대문구에서 만났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부국강병과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정치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교에 입학한 뒤 한국대학생포럼이라는 보수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꿈과 현실이 달라 좌절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

"나는 내가 40대쯤 돼서야 정계에 입문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정치가 하고 싶기는 했지만, 어떤 루트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계획은 못 세웠으니까.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보니 대한민국의 노동, 언론, 시민사회 등 대부분 단체의 권력을 586 운동권 세력이 쥐고 있더라. 권력이 치우쳐진 이상 여론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것은 좌와 우, 대칭이 맞는 것이다.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신보수주의 운동을 이끈 건 다름 아닌 대학생들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런 운동을 시작해 보자, 이런 생각에서 청년 보수주의 활동을 하게 됐다.

20대는 자신만의 원리, 원칙이 뚜렷한 시기다. 돌아보면 (20대 시절) 보수주의자이긴 했지만, 새누리당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보수정당이 보수정당답지 않은, 민주당과 대동소이한 공약을 내세우면 어떡하냐'면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혁신위원으로 입당하고 나니 알겠더라. 내부에서 뭔가를 바꿔보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게 내가 현실 정치에서 느꼈던 좌절감이었다."

―내부에서 뭔가를 바꾸기가 왜 어렵나.

"진보, 중도, 보수가 있다고 치면 당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은 중도와 보수의 중간쯤에 위치할 수밖에 없더라. 나는 혁신위원으로서 말 그대로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안을 내놓고자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여명 전 행정관이 2015년 4월 24일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시절 전교조 연가 투쟁에 반대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한국대학생포럼
여명 전 행정관이 2015년 4월 24일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시절 전교조 연가 투쟁에 반대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한국대학생포럼

―1991년생으로 명실상부 '청년' 정치인이다. 청년으로서, 한국의 청년 문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해결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30년 전과 비교할 때 사회는 너무나 달라졌지만, 청년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는 내용은 기성세대의 그것과 똑같다는 게 문제다. 청년이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도구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나는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불공정한 경쟁이 만연한 것도 문제다. 청년들은 결과의 평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노력한 만큼은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문재인 정권이 청년층 지지를 빠르게 잃었던 이유가 나는 이거라고 본다. 누구보다 공정을 외친 정부였지만 결론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단일팀 출전 시도였잖은가. 그뿐인가.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에서 '조국 사태'까지, 공정하지 않은 규칙하에서 이뤄진 경쟁에 크게 분노하는 것이다."

여 전 행정관은 정무수석실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여 전 행정관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청년 문제 전반을 보고했던 바 있다. 그는 이때 '청년'이 지칭하는 범위가 너무 넓음을 지적했다.

"20대 여대생도, 군필 취준생도, 30대 워킹맘도, 40대 독신남도 모두 청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원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바가 모두 똑같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각기 다른 수요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정책 대상화를 할 수가 있나. 따라서 청년 정책이라는 말은 허상에 가까울 수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청년 정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잘 만들어진 노동 정책, 잘 짜인 복지 정책에 청년 정책은 녹아있어야 한다."

―행정관으로서 윤 대통령 가까이에 오래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청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청년은 기득권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게 좀 더 공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또 청년은 가치 없는 것과 공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보시더라.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는 늘 '청년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젊은 층을 띄워주곤 하는데 그보다는 (윤 대통령의 식견이) 실질적인 시선, 올바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청량리, 교통의 요충지서 고충지로 전락
연탄공장 부지 활용해 문화시설 지을 것

―동대문갑으로 출마 희망 지역구를 벌써 정했다.

"그렇다."

―동대문구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 있나. 더해서, 여러 후보가 동대문구를 노릴 것으로 보이는데 '여명만의' 동대문 특화 공약이 있다면.

"서울이 덜 발전했던 시절 청량리를 중심으로 한 동대문구 일대는 소위 '핫플'이었다. 그런데 서울이 발전하면서 청량리역 근처의 교통 조건은 매우 열악해졌다. 지금 왕십리역과 청량리역을 오가는 분당선은 2시간에 1대뿐이다. 동대문구 주민들은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량리역 앞에 모여 시위하고 있다. 교통 문제 해결은 여야 막론하고 동대문갑 지역구 정치인의 숙원 과업일 것이다.

서울에 남아있는 연탄공장은 단 두 개인데 그중 하나가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다. 많은 주민이 이 연탄공장을 이전하기를 바란다. 이전하고 난 뒤 연탄공장 부지 활용 방안도 중요할 것 같다.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좋은 문화 시설을 만들고 싶다."

여 전 행정관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언급하며 이문동을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테이트 모던은 과거 화력발전소였지만 리모델링을 거친 뒤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건물은 재개발이 미뤄져 낙후됐던 지역에 위치했지만 미술관이 생기자 활기를 띠며 부흥했다.

―동대문갑을 '청년이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복안이 있나.

"동대문갑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경희대가 위치한 대학가 밀집 지역이다. 고려대 역시 성북구 소재긴 하나 (동대문갑 지역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지라 (동대문갑은) 고려대 재학생의 생활권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많은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4년간만 여기 머물다 떠난다는 것이다. 이는 이곳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 근무하거나 애착을 가질 유인이 없다. 홍릉 바이오 연구단지가 있긴 하지만 기업을 유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대학생이 졸업하고도 머물 수 있는) 연구 단지를 10년, 15년 바라보고 조성하는 것이 나의 대표 공약이다.

―정책 공약으로 구상 중인 인공지능(AI) 특화 문·이과 융합형 연구단지는 어떤 곳인가.

"나도 문과 출신인데 문과 학생들 자기비하적으로 '문과충, 문레기'한다. 문과 학생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AI 산업 혹은 반도체 지도를 그리는 일에는 인문학적 사고가 꼭 필요하다. 따라서 문·이과 통합형 연구 시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좋은 공약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로서 동대문구는 굉장히 험지다. 본인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젊다는 게 무기인 것 같다. 동대문갑에는 20대가 많이 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4년이 지나면 다 떠나버리고 그밖에 유입되는 인구도 턱없이 적다. 이 지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는 내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기성 정치인들은 지역에서 활동했든 중앙에서 활동했든 빚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정치 신인이기에 갚아야 할 게 없다. 빚이 없는 만큼 참신하게, 지역을 위해, 또 국민 전체를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겠다."

여명 전 행정관은 잘 만들어진 노동, 복지 정책이 청년 정책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장세곤 기자
여명 전 행정관은 잘 만들어진 노동, 복지 정책이 청년 정책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장세곤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동대문에 출마한 것은 이곳이 홍 시장이 역임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동대문을에서만 3선을 했다. 왜 동대문을이 아니고 동대문갑으로 출마했는가.

"홍 시장께서는 청량리에 있던 유흥가를 모두 정리하고 발전시켰다. 청량리가 동대문갑 관할 구역이다. 또 동대문갑 현직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중추인 안규백 의원으로 4선째다. 586 세력의 무능함을 보고 학생 시절부터 민주당과의 일전(一戰)을 준비해 온 나의 입장에선 적절한 상대라고 본다."
 

기득권 세력 타파, 3%포인트 차 누를 수 있어
이준석―국힘 원로 '적대적 공생관계 끝낼 것

―국민의힘 관련 질문이다. 이번 총선의 승리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국힘이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신진 세력을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말했었는데 자세히 설명해달라.

"여태까지 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나 국힘 선호도가 부진할 때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찾았다. '넥스트 이준석'이라거나 '결국 이준석이 답'이라고 하면서. 나는 이런 말들이 이 전 대표와 국힘 원로 영감님들 간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는 자신만이 유일한 '보수 정당 청년 정치인'이어야 하고 국힘 영감님들은 이 전 대표에게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싶어 한다.

이건 문제다.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3040 정치 신인을 전면 배치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총선 전략이라고 본다. 물론 기성 정치인만이 가진 지혜가 있겠지만 청년과 신인은 이들보다 '센스 있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유리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후보가 열심히 노력하면 3%포인트 정도 격차는 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라는 거창한 말도 필요 없다. 적어도 신인을 위해 5석에서 10석은 만들어내는 것이 국힘의 미래, 보수 정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지 않을까 싶다."

―정치 철학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 지난 대선 당시 "페미니즘 비판 없다면 선대위에 다시 들어갈 명분 없다"고 했다. 현 정부는 '페미니즘 지지 쪽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을 비판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갈라치기를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페미니스트인지 안티 페미니스트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여가부의 기이한 구조나 왜곡된 정책은 교정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인천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났는데 여경이 현장에서 도망쳤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연히 윤 대통령과 함께 산책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 사건으로 대두되고 있던 '여경 무용론'에 관해 나눴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의 핵심을 '우리나라의 치안력의 문제'라고 보시더라. 경찰이 총기를 정확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어느 범죄자라도 여경을 만만히 보고 달려들 수 없으리라는 말씀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통찰력,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구나' 하고 느꼈다.

여명 전 행정관은 신인 정치인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법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곤 기자
여명 전 행정관은 신인 정치인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법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곤 기자

―마지막 질문이다. 시장경제 원리뿐 아니라 대학연의, 논어, 주역 등도 열심히 공부한 것으로 안다. 2030을 대표하는 청년 주자로서 그동안 갈고 닦은 정치 철학에 관해 메시지를 내달라.

"(웃음) 고서는 리더십과 조직 운영을 공부하려고 읽었다. 정치 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겠지만 내 생각에 정치는 '정의를 상대 혹은 국민에게 성공적으로 관철하는 힘'이다. 또 그걸 말보다는 일(事)로써 이뤄내는 것이 보수주의자의 자세라고 본다.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둥, 그런 말은 너무 기만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정치관은 중요하다. 보수주의란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을 나의 대에서 발전시켜서 후대에 멋있게 물려주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 경제 성장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도덕과 법치에 엄격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책무이기 때문에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고···.

하지만 굳이 이걸 보수라고 표현하다 보니 국민이 보수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득권'인 것 같고 '뭔가 가진 자, 지키려는 자'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이건 다 옛말이다. 꼭 나뿐만이 아니라 내 또래 정치인은 다 가진 게 없다. 나 역시 반지하에서 살았다. 나의 경험과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나는 보수주의를 선택했다. 지금 양당의 정치가 매우 실망스러우시겠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빚이 없는, 새로운 정치인을 믿고 선택해 준다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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