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상설특검 퇴로 차단된 형국
정의당에 추천 권한 한정한 부분도 틀려

여권 일각의 강성론자들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를 검토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동시에 정의당에 김건희 여사 사건의 특별검사 추천권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사실과 달라 정부·여당이 쌍특검을 앞두고 더욱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한동훈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으로부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못박으면서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모양새가 됐다.
아울러 여성경제신문이 국회 본회의 부의 안건으로 올라 있는 두 법안과 발의 당시 상황을 취재한 결과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는 한 장관의 언급도 사실과 달랐다. 민주당이 '셀프 특검 추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의당에 단독 특검 추천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김건희 특검이 아닌 50억클럽 사건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쌍특검 발의 논의가 한창일 때 "(대장동 사건의) 수사의 대상인 이재명 대표가 수사 검사를 정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셀프 특검 추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여당 국민의힘이 예상대로 반응했다"며 "민주당 추천을 포기하고 정의당의 추천을 얼마든지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쌍특검의 공동 발의가 진행됐다.

정의당은 50억클럽, 민주당은 김건희
3월 쌍특검 발의 때 상호 합의 이뤄져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두 법안의 문구를 보면 김건희 특검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검사 임명 요청서를 받은 3일 이내 자신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들에 서면으로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로 돼 있다. 아울러 50억 클럽 특검법 역시 3일 이내에 자신이 몸담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법 성안 차원에서 문구상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50억클럽 관련 특별검사는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추천하고, 김건희 여사 사건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정의당과 협의해 추천하는 기존의 합의에서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또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검사후보자추천의뢰를 받은 원내정당들이 법원조직법에 따라 5일 이내에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는 방식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한동훈 장관이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라고 언급한 부분도 결사 저지를 위한 항변으로 읽힌다. 쌍특검법은 각각 12조에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사건의 대국민 보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상설특검 발동 권한이 있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영입설과 맞물려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이 민주당이 짜놓은 선거프레임에 더욱 깊이 빠져 드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중도로 확장하려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며 "민주당의 검사독재 프레임을 깨려면 윤 대통령과 아름다운 대립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사과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정말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의원은 "검찰 출신에 대한 국민적 여러 가지 비판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을 데려오는 부분은 선거프레임으로 좋지 않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설특검 이런 것들도 과감하게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우려는 김건희 특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높일 경우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에 빠져들 것이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에서 야당에 여당이 50 대 30으로 밀린다는 내부 조사가 발표될 당시 이 전 대표는 "다들 미쳤나. 선거는 안중에 없느냐"며 "지난 몇 년간 '이재명 방탄' 소리를 외치던 추억이 있으시다면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되었을 때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느냐"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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