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에 러브콜···김종인 좌장 역할론 맞닿아
신당 추진 포기하고 당으로 복귀할 명분 상실

박근혜 대표 체제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12주년인 12월 27일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 선언을 예고한 날짜다. 이준석식 계산으로 창당 확률이 78%까지 치솟은 날 구체적인 비윤·비명 신당 연합 구상이 나왔다.
6일 이준석 전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병립형 또는 연동형에 따라 신당 추진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세 번째 당의 '빅텐트'를 최대한 넓게 치자는 국민적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만약 7% 선을 못 넘으면 같이 망하는 것"이라면서도 "(이준석 신당이) 넘는다고 했을 때는 결코 권역별 연동형보다 의석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선거 제도가 만약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가까이 가게 된다면 1, 2, 3번 당 정도의 공간밖에 없을 것"이라며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같은 제3지대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낙연 대표님이 생각이 좀 다르시다면 그런 걸 좀 들어보고 싶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준석 신당과 비명 신당 연합 구상은 양측의 좌장 역할을 노려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속내와 맞닿아 있는 그림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주류에서 밀려나 갈 곳이 없어지면서 신당을 출구 전략으로 삼은 양측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 주변에서도 "이제는 북방 정책 같은 외교에 눈을 돌리실 때"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야권의 친명계로 분류되는 조국·송영길·용혜인 신당 창당 움직임과 별도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반명 공동전선을 구축해 분당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상민 의원이 이미 탈당을 선언했고 '원칙과 상식' 소속의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집단 탈당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의 신당 창당 및 분당 움직임은 가시적이지만,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말에 비해 발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을 주장해 온 이 전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정국 주도권이 현 지도부로 넘어가면서 '신당을 포기하고 당으로 복귀할 명분'마저 점점 사라진 형국이다.
김기현 대표의 2선 후퇴와 비대위 구성안은 이준석 전 대표 입장에선 일종의 퇴로가 될 수 있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대통령실이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론'에 힘을 보태온 이 전 대표와의 결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조갑제·정규재 등 일부 극우 인사들이 비호에 나섰지만 무엇보다 이 대표 자신이 말을 뒤집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 해운대를 버리고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이 지역구를 잃어버린 모양새가 된 가운데, 최근 발표된 대통령실의 2기 체제 인선도 이 전 대표의 루비콘강을 건널 결심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지난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MB계) 뉴라이트 핵심 인사를 정무수석(한호섭 전 국정상황실장 지칭)에 앉힌 것이 국민과 맞서겠다는 의지로 비친다"며 "인재를 널리 쓰랬더니 뉴라이트와 관료에 포섭돼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윤핵관 용퇴론'의 시초인 이준석 전 대표를 십상시(중국 후한 말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중상시를 일컫는 말)로 빗대는 성명이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일 "혁신위원회가 다른 어떤 세력으로부터 음습한 권력투쟁 도구로 이용당하는 면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준석과의 화해를 앞세우면서도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에겐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강요해 온 혁신위에 직격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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