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방해
에너지부처 공무원 3명도 함께 고발
방문규 장관 "재판 결과 보고 결정"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4차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4차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전 산업통장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에너지부처 공무원 4명이 월성1호기 비용 보전 신청에 대한 7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액을 인정하는 행정 처리를 9차례나 미룬 끝에 검찰에 피소되는 상황에 처했다. 

원자력 전문가들로 구성된 월성1호기 공정재판감시단은 문재인 정부 말기 2021년 12월 9일 산업부고시 제2021-206호로 인해 비용 보전이 유효해진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비용에 대한 행정적 판단을 1년 6개월간 미루며 후임 장관에게 떠넘긴 이창양 전 장관을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창양 전 장관과 함께 고발 조치 된 공무원은 박일준 전 2차관, 천영길 전 에너지산업실장, 이승렬 원전산업정책관 등이다. 당시 12월 9일 자 산업부 고시 제2021-206호를 보면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제8호에 근거해 탈원전 조치로 인한 비용을 전력산업기반 기금으로 보전하도록 돼 있다.

고발인 측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조성된 전력산업 기금은 합법적인 전력 사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용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창양 전 장관 등이) 한국수력원자력의 비용 보전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을 하지 않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부가 서류 보완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행정 처리 기한을 연장하면서 한수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를 사실상 방해했다"며 "이로 인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재판의 핵심 쟁점인 한수원의 '손해'에 대한 법적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비용 보전 신청서는 행정 처리 기한이 180일이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 13일이 처리 기한이었지만 이창양 전 장관 재임 기간(2022년 5월~2023년 9월) 내내 서류 보완 요청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었다는 것. 실제 고발인 측이 본지에 제공한 임기 중 보완요청 기록을 보면 9차례인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여성경제신문DB
/자료=여성경제신문DB

검찰의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공소장에 따르면,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산업부가 한수원 이사회를 위력과 위계로 기망해 2018년 6월 불법적으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이사회 안건을 의결토록 한 사건이디. 월성1호기는 이에 따라 201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조기 폐쇄 결정됐다.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근거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처분성 없는 단순 행정계획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2018년 6월 이사회 전후로 산업부와 한수원은 비용 보전 관련 공문을 서로 주고받은 바 있다.

이에 연루된 문신학 원전산업정책과장, 정종영 에너지혁신정책과장, 김형석 원전산업정책과장과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수년째 재판을 받아오고 있다. 또 최근엔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산업부가 행정적 판단을 내놓지 않아 무죄로 결론 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재판과 관련한 우려 사항을 방문규 장관에게 전달하고 최형두 의원이 비용 보전 여부를 질의했지만 산업부는 "재판 결과를 살펴 결정하겠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다시 말해 이미 거부 처분됐거나 행정 처리 기간이 도과했어야 할 비용 보전 신청서를 유효하게 유지하면서 배임죄 구성요건인 재산상 손해를 덮어줬다는 것이 고발인 측의 주장이다.

강창호 감시단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가공무원으로서 마땅히 법과 규정에 따라 반송 조치 되어야 할 비용 보전 신청서를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하며 불법적으로 연장하면서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며 "행정적 판단을 하지 않으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된다는 것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미뤄온 윤석열 정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