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文과 정반대 정책, 에기본부터 손댄다
본지 에기본→전기본 로드맵 문건 단독 입수
탈원전 흔적 없애기···백운규 재판에선 불리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1년 2월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1년 2월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탈원전 핵심 관계자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에 앞서 산업부가 구체적인 탈원전 백지화 방안을 현 정부에 보고한 문건이 확인됐다.

20일 여성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문건에 따르면 산업부는 탈원전 백지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계획엔 올해 3분기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과 4분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포함됐다.

업무보고 문건에서 산업부는 지난 정부 에너지 정책 결과를 리스크로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원전 정책 방향의 재정립'을 제안했다. 산업부는 “국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약 9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라며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국민 공감대를 잃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먼저 이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부활을 포함해 노후 원전을 재가동시키는 '신원전 정책'이 추진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이라는 새로운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 문건 중 탈원전 백지화 로드맵 부분. 상반기 국무회의에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원자력 확대를 포함시키고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는 액션플랜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여성경제신문DB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 문건 중 탈원전 백지화 로드맵 부분. 상반기 국무회의에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원자력 확대를 포함시키고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는 액션플랜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여성경제신문DB 

이와 함께 로드맵도 보고됐다. 2022년 상반기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정책을 확정한 후 2025년 신한울 착공까지 이르는 청사진이다. 올해 3분기까지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착공 관련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건설 허가·공사 인가 기간도 단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고리 2·3호기 등 노후 원전을 10년 더 가동시킬 작업도 착수한다. 산업부는 2023년까지 운영 변경 허가를 속히 통과시켜 고리 2호기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 임기 말인 2027년까지 원전 재가동 인가를 지속해 최대 10기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된 박근혜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을 뒤집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월성 1호기' 폐쇄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행보다. 또 이는 최근 본격화된 검찰 수사와도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정책 비교. /여성경제신문DB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정책 비교. /여성경제신문DB

대전지검 '월성1호기' 동부지검 '블랙리스트'
정보 공유하며 수사 확대, 핵심 키맨도 확보
 

지난 3월부터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넣은 정황을 살펴보기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의 수사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다.

대검찰청 수사와 공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두 지검은 △경제성 조작을 통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발전공기업 사장 4명에게 조기 사퇴 압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한 박 모 산업정책관을 포함해 전현직 직원을 소환 조사 중에 있다.

반면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두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백 전 장관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백 장관은 전일 동부지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에 임했다"고 항변했다.

지난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탈원전 로드맵에 근거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향을 제출받은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검찰이 탈원전 백지화 로드맵을 수사의 잣대로 적용할 경우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섰다.

또 이같은 로드맵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산업부는 공식 입장 확인을 유보했다. 산업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업무보고에서 해당 내용이 오갔던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세부 지침에 대한 보고나 발표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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