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후 별도 신청 없이 곧바로
중소기업 취업자 많은데 임금 저조
재정 지원 확대 필요하지만 기금 적자

남성 육아 휴직 (PG) /연합뉴스
남성 육아 휴직 (PG) /연합뉴스

정부가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의 신청 없이 곧바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육아휴직 내기 어려운 분위기를 개선하는 취지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게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최근 고용노동부 등과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사업주의 승인 없이 육아휴직을 부여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미사용 신청서’를 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출산휴가가 끝난 시점에 부모가 교대로 육아휴직을 쓰면 2년까지 부모 중 1명이 아이 양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모성보호 익명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220건의 모성보호 위반 사례 중 육아휴직 사용시 불리한 처우(47건)에 대한 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자 지난주부터 복수의 언론은 대기업이 효과를 본 자동 육아휴직이 출생률을 높이는 대안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2012년 최초로 도입한 롯데그룹의 지난해 임직원 출생률은 2.05명으로, 우리나라의 2분기 합계출생률 0.7명의 약 3배 수준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SK 계열사들은 여성 직원이라면 출산 휴가 3개월 사용 후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경기도 평택의 지난해 출산율은 1.028명으로 인구 50만명 이상 시·군·구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0명을 넘겼다. 평택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협력업체 등 양질의 일자리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올해 1~8월 월평균 임금은 602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같은 기간 월평균 임금은 348만원에 그쳤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1~8월 기준 2021년 224만3000원→2022년 251만3000원→2023년 253만6000원의 추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 대체율은 44%에 불과했다. 독일은 65%, 일본은 60% 수준이다. 고용보험 기금에서 주는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선은 150만원이다.

실제로 임금이 낮을수록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의 효과: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조건과 과제'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은 2015년 2만4832명에서 2020년 6만3332명으로 2.55배 늘었다. 하지만 월 210만원 이하 소득자는 그사이 9만5160명에서 7만904명으로 오히려 19.2%나 줄었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하는 소득 손실이 저소득층 근로자일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만큼, 육아휴직급여 하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육아휴직급여 재정의 일반회계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급여의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는데 이미 적자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10조3000억원)을 제외한 실 적립금은 3조9000억원 적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고육책이 나오고 있는데 적극적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에도 포기된 자동 육아휴직제를 다시 꺼낸 것 자체가 어려운 시도인데,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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