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인테리어 발전
단순한 주거 공간 아닌 정체성의 장

"저에게 자취는 나의 생존을 책임지고 마주하는 것이에요."
인기 유튜브 채널 '자취남'에 올라온 영상 '예쁜 7평 원룸에 살아요( "집순이라 실용적으로 꾸몄어요!") 파주출판단지 월세' 편의 출연자가 한 말이다. 출연자는 '룸메(자취남의 시청자를 이르는 말)'님에게 자취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자취남'은 다양한 자취생의 집을 방문하여 집 내부를 보여주고 거주하는 동네의 특징과 장단점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올린다. 구독자 수가 약 65만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로 인기 영상의 경우 조회수가 300만을 넘기기도 했다. 유튜브를 운영 중인 정성권 씨는 현재 자취생의 공간을 공개하는 '자취남' 채널부터 부부의 거주 공간을 소개하는 '유부남' 채널도 운영 중이다.
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다. 전북대학교 최병숙 교수의 'SNS 사용자 1인 가구의 주거 정체성 표현'에 따르면 '지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2019년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20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 가구는 1인 가구의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2019)'라고 한다. 2023년인 현재는 1인 가구가 더욱 늘어 750만2350가구로 증가해 전체 가구 비율의 34.5%를 차지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1인 가구들을 위한 인테리어 사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성장한 업체로는 '오늘의 집'과 '집 꾸미기'가 있다. 해당 채널들은 따로 유튜브 채널 또한 운영 중이다. 오늘의 집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63만명이고 집 꾸미기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2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예쁘게 꾸민 집들을 촬영하는 룸투어 영상, 리모델링,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상을 올린다. 그중에서도 주력 콘텐츠는 자사의 인테리어 관계자들과 함께 신청자의 집을 바꾸는 리모델링·인테리어 콘텐츠다. 해당 콘텐츠 중 인기 영상은 100만, 200만 대를 전후로 하는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룸투어 영상이나 인테리어 콘텐츠가 인기 있는 이유는 청년층에게 주거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청년층 사이에는 주거 공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이를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증가하는 1인 가구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이 집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생각하며 인테리어 시장 및 관련 콘텐츠가 성장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최병숙 교수의 논문에서도 '청년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밀레니얼·Z세대는 새로운 것과 유행을 추구하며 사생활과 취미를 중시하고 현재의 행복을 위한 소비를 과시하면서 기쁨을 느끼며 이러한 특성은 SNS 인증 문화에서 잘 드러난다(대학내일 20대 연구소, 2019)'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주거 공간에 대한 청년의 욕망과 자아 표출이 상호작용하여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오늘의 집', '집 꾸미기', '자취남'의 인기 영상들의 경향을 봐도 알 수 있다.

'오늘의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2년 전 올라온 '어서와 반지하 인테리어는 처음이지?'이다. 해당 영상은 어두침침하고 낡은 반지하 방을 거주자의 생활 특성에 맞게 리모델링·인테리어 한 영상이다. 해당 영상의 댓글에는 '진짜 리모델링이 필요한 집을 꾸며 너무 좋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오늘의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 10개가 모두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 콘텐츠였고 그중 9개가 낡거나 좁은 등 좋지 못한 환경의 집과 방을 리모델링한 영상이었다.
‘집 꾸미기’ 역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6평 원룸을 꾸미는 4가지 방법', '이층침대로 3평 좁은 학생 방 꾸미기'처럼 현실적인 주거 환경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민 영상이었다.
'자취남'의 경우는 단순히 인테리어 콘텐츠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자취 생활과 주거 환경에 초점을 맞춘 채널인 만큼 인기 영상의 양상이 조금 달랐다. '자취남'은 주로 독특한 주거 환경 혹은 사람의 영상에 인기가 많았다. 물론 출연자의 깔끔한 정리 정돈이나 공간 활용 및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영상 역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세 채널의 인기 영상을 분석해 보면 모두 2인 이상의 집보다는 1인 가구의 집이 더 인기가 있었다. 또한 좁거나 낡은 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예쁘게 꾸민 영상이 대체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청년들의 주거 형태 및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