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 콘텐츠가 된 인문학
TV에서 나아가 유튜브로

유튜브 채널 '혜윰 책방'의 인문학 도서 리뷰 영상. /유튜브 채널 '혜윰 책방'

숏폼이 대세인 시대에서 홀로 롱폼을 유지하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인문학이다. 유튜브 내 인문학 콘텐츠는 숏폼보다 30~40분에 달하는 미드폼 또는 롱폼의 인기도가 높다. 인문 교양 TV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이끈 CJ ENM 정민식 CP에 따르면 지식형 콘텐츠는 사실에 기반한 자료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해당 콘텐츠 시청자들은 퀄리티와 진정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길이가 확보되어야 한다.

지난 1월 정민식 CP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는 인문 교양 콘텐츠에 '롱텀 아이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5년 전에 만든 <어쩌다 어른>을 지금 재유통해도 많은 사람이 본다. 인문학이 전하는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20년 뒤에 봐도 배울 점이 있는 '아카이브형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문학 콘텐츠는 변하지 않는 내용의 본질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스테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2023 오픈서베이 소셜미디어·검색포털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 인스타 등 주요 플랫폼 이용자가 접촉하는 콘텐츠 주제 중 '시사/교양/정치 관련 최근 이슈/뉴스/기사'는 인스타그램에서 10.0%를 기록한 반면 유튜브에서는 39.8%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이 만든 인문 교양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2020년 9월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고 현재는 189만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도와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다른 방송사들처럼 기존 TV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벌거벗은 세계사> 등을 재가공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주력한다. 'OO 읽어드립니다'를 기본 콘셉트로 역사, 심리, 환경,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 교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피엔스 스튜디오' 오리지널 콘텐츠의 평균 시청 지속시간은 7분 이상으로 다른 CJ ENM 콘텐츠보다 2배가량 길다. 조회수가 수십만 회인데 시청 지속시간이 28분에 이르는 콘텐츠도 있다.

여성경제신문이 게재하는 소셜러스 유튜브 급상승 랭킹에 따르면 지난 11일 자 IT/기술/과학 부문에서 인문학 고전 채널 '혜윰 책방'이 조회수 상승률 0.46%를 기록하며 랭킹 9위에 올랐다.

'혜윰 책방'은 인문학 고전과 그에 딸린 부록서를 선정해 리뷰한다. 사회학, 역사, 심리학 등에 이르는 다양한 고전들을 추려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해당 고전과 함께 참고할 만한 현대서를 살펴보며 고전과 현대서의 균형을 맞춘다.

시청자들은 '철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지만 내용이 어려워 읽기 힘들었는데 덕분에 이해가 쉽게 되었다', '이런 채널을 이제야 알아서 아쉽다', '이런 콘텐츠 너무 소중하다. 어려운 내용을 영상으로 쉽게 정리해 주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 등 책 리뷰 콘텐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행을 따르지 않아 세월이 지나도 '나이 먹지 않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인문학 콘텐츠의 유튜브 진출은 인문학 마니아층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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