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통했다···딱딱하란 법 있나요
휠체어 퍼포먼스, 춤추는 교수님···'신박해'
학령인구 감소···전문대학 대책 필요
'마산대 작업치료과를 아세요?' 영상. 등장하는 인물은 작업치료과 교수와 학생이다. /유튜브 채널 'mu'
인스타그램의 한 릴스 영상.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두 명의 학생이 서 있다. 남성은 느닷없이 손가락질하더니 "그쪽도 작업치료과를 아세요?" 묻는다. 노래가 나오고 셋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른 한 남성은 휠체어를 타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듯 한 바퀴 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해골 모형을 들고 비트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영상의 배경음악은 올 초 SNS에서 챌린지로 크게 유행했던 '홍 박사님을 아세요?' 반주에 원곡 가사 중 '홍 박사님'을 '작업치료과'로 개사하여 직접 녹음한 것이다. 오래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듯한 저화질 영상, 중간중간 들리는 구토 소리 비슷한 추임새에 출연자의 안무 숙지 상태가 준수한 것도 아니지만 이 영상의 총재생수는 700만 이상이다.
이 수상한 영상의 정체는 마산대학교 작업치료과에서 만든 학과 홍보 영상. 소위 '알고리즘을 탔다'는 표현처럼 릴스 시청자에게 자동으로 추천되어 재생수가 높은 것만은 아님을 1만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증명한다. 시청자들은 '살면서 본 영상 중에 진짜 제일 웃긴다', '병맛에 중독됨. 맨날 생각나서 보러 옴' 등의 반응을 남기고 게시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글라스를 낀 가운데 남성이다. 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춤을 추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데 혼자 정장 차림이기까지 하다. 이 남성은 마산대 작업치료과 안태규 교수. 챌린지 원곡 '홍 박사님을 아세요?'를 개사하여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영상이 이렇게 뜰 줄 알았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 얼떨떨하다"면서도 작업치료과를 많이 알려 기쁜 기색을 비쳤다. "명색이 교수인데 이래도 되나 걱정"된다고 하지만 또 이런 영상을 찍을 기회가 온다면 출연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학교든 학과든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두 개나 더 찍었다. 뭐 어떡하나. 찍으라면 찍어야지. (웃음)"라고 대답했다.
영상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마산대학교 작업치료과 학생 김혜진 씨(여·21). 영상을 볼 때 안 교수 기준 왼쪽에 있다. 어떻게 이런 영상을 찍게 되었나 묻자 "평소에 SNS와 챌린지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온라인 홍보단 친구에게 작업치료과 홍보 영상 제작을 부탁받았는데 이 챌린지 콘셉트('홍 박사님을 아세요?')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기획한 영상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 알았을까. "아이디어 낼 때 '좋은 추억이나 만들어야지' 생각했다"는 김씨는 안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마산대 작업치료과를 아세요?' 영상을 좋아할 줄 몰랐다고 답했다.
SNS 챌린지 영상의 주인공은 10대나 20대가 대부분이다. 교수님과 이런 콘셉트의 영상을 촬영한다는 것에 우려되는 바는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걱정은 안 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어우러져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면서 댓글난에 많이 언급되었던 '휠체어 퍼포먼스'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다 같이 춤만 추려고 했다. 그런데 그 교수님께서 부끄럽다며 자기는 (춤추는 대신) 전공을 살려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휠체어 퍼포먼스다." 작업치료인이라면 익숙한 '휠체어'가 재미 요소가 된 것이다. 그는 "(영상에) 작업치료과 교수님 다섯 분이 모두 출연해 주셨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소위 '병맛'이라 불리는 B급 콘텐츠로 학교와 학과의 이름이 알려졌는데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떨까. 마산대학교 입학처장 이영실 교수는 "처음에는 저희도 이게 과연 반응이 괜찮을까? 걱정하며 업로드 하였는데, 생각보다 다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앞서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주시'가 B급 감성의 콘텐츠로 홍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발표에서 전체 선발 인원을 2024학년도보다 1.9% 줄였다고 알렸다. 모집 인원 축소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87%로 일반대학교 신입생 충원율 96.3%보다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