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숏폼 콘텐츠 선점 성공
단점 극복, 완벽한 사업 파트너
크립토 게임 기반 해외 진출도
강의에 책 출간까지 무한 도전

허정주(왼쪽)·허영주(오른쪽) 대표는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틱톡에서 시작한 '듀자매'는 현재 전 세계 600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허정주(왼쪽)·허영주(오른쪽) 대표는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틱톡에서 시작한 '듀자매'는 현재 전 세계 600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크리에이터도 연예인처럼 수명이 있어요. 살아남자면 끊임 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해요. 거기서 새 돌파구를 만들어 가는 게 미래를 담보해줄 보험이죠."

허영주·허정주 자매는 600만 구독자를 거느린 '틱톡커'이자 '듀자매'라는 틱톡 채널을 운영하는 '듀시스터즈'의 공동 대표다. 틱톡이 아직 생소하던 2018년 뛰어들었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로 틱톡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보다 3년이나 빨랐다.

당시만 해도 틱톡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심지어 틱톡을 이용하면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처음엔 틱톡도 잘될 거란 확신이 없어서 불안했습니다. 저희가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이 있는데, 듀자매가 안 되면 다 잃는 상황이었거든요. 마치 주식처럼 리스크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시장을 선점만 할 수 있다면 기회가 올 거라 믿었죠."

듀자매가 틱톡에 베팅을 했던 데는 쓰린 경험도 한몫했다. 

"주변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라고 했었는데 그 말을 무시했었어요. 근데 저희에게 방송을 추천했던 친구들이 유튜브로 다 잘되더라요. 그걸 보면서 시대를 읽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오는 유행 흐름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유튜브와 틱톡의 성장 곡선이 굉장히 유사하다는 걸 발견했어요. 틱톡의 가능성을 본 거죠. 더는 망설이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남보다 먼저 틱톡에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을 이뤄냈지만 듀자매가 처음부터 크리에이터를 꿈꿨던 건 아니다.

언니인 허영주 대표는 2012년 여성 보컬그룹 '씨야'를 이은 4인조 걸그룹 '더 씨야'로 데뷔했다. 대표곡인 '내 맘은 죽어가요'가 멜론 차트 상위권까지 진입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후 음원 성적이 저조해지면서 3년 만에 팀 해체를 맞았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믹스나인'에도 출연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연습생 때는 몰랐지만 아이돌 데뷔를 하고 나서 현실을 깨달았어요. 아이돌 생활이 끝나고 난 선배들을 보니 허무하더라고요. 저도 그룹이 해체하고서 '이제 내가 뭘 해야 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직 나인 어린데 무릎은 다 망가져 있었으니깐요. 이제 나가서 아르바이트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러기엔 얼굴은 다 알려져 있었죠."(허영주)

동생인 허정주 대표도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웹드라마 '투모로우 보이' OST에 가수로 참여했다. 이후 언니와 SBS 드라마 '아이돌마스터. KR-꿈을 드림'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본 자매는 실패를 통해 의기투합했다.

"걸그룹 해체를 겪으면서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을 하고 회사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앨범과 아티스트를 만들었지만, 하루아침에 헤어진다는 게 너무 슬펐죠. 그래서 저는 계속 함께할 수 있는 동생과 일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천륜은 끊어낼 수 없으니깐요."(허영주)

"저는 뭔가 하고 싶으면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반면 동생은 집순이라 그냥 내버려 두면 굶어 죽을 거 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힘을 합쳐야겠다 싶었죠. 저는 꾸준히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동생은 꾸준히 하는 걸 잘 하거든요. 제가 영업을 해오면 동생은 그걸 끌고 가는 완벽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고 있습니다."(허영주)

허영주·허정주 대표는 같이 사업을 하면서 보통의 자매와는 다른 유대감을 쌓아왔다. 단점을 보완하면서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허영주·허정주 대표는 같이 사업을 하면서 보통의 자매와는 다른 유대감을 쌓아왔다. 단점을 보완하면서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들은 보통 자매와는 결이 다르다. 같이 사업하는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부부에 가깝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렇게 '듀자매'를 가꿔왔다.

"일을 정말 많이 했을 때가 있었어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케줄이 꽉 찼었죠. 어느 날 아침에 서로의 눈을 보는데 같이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는 거예요. 체력적인 힘듦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서로는 말하지 않더라도 통한다는 게 느껴졌죠."

"사업하면서 서로의 밑바닥을 보기도 합니다. 그냥 언니 동생과는 다르게 저희 사이에는 숫자도 오가니깐요. 돈 같은 문제로 싸움도 많이 나지만 그러면서 화해의 눈물도 흘리고 더 사랑하게 되는 거 같아요. 서로의 약점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줄 때 관계가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마치 부부처럼 말이죠."

허영주, 허정주 자매는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시장인 크립토를 겨냥한 '엑시시스터즈'도 만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온 것을 계기로 지난해 12월에는 김성주 MCM 그룹 회장에게서 투자까지 받았다. /김현우 기자
허영주, 허정주 자매는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시장인 크립토를 겨냥한 '엑시시스터즈'도 만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온 것을 계기로 지난해 12월에는 김성주 MCM 그룹 회장에게서 투자까지 받았다. /김현우 기자

허영주·허정주 대표가 선점한 건 틱톡만이 아니다. 업계 최초로 크립토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인 '엑시시스터즈'를 만들었다. 블록체인 게임인 엑시인피니티를 기반해 그 세계의 밈(Meme)을 노래와 춤으로 만들어 표현했다. 

"저희 처음 시작했을 때 분석에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하루 3~4시간 동안 계속 틱톡만 봤던 거 같아요. 높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기록한 틱톡 영상을 분석해서 그 방식을 듀자매에 적용했어요. 그렇게 하루에 4개씩 영상을 올려 틱톡을 거의 공장처럼 돌렸죠."

"보통 크리에이터들이 우연에 기대서 잘됐다는 반응이 있지만 저는 운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거든요. 지금도 오전에는 같이 기사를 살펴보고, 캐릿 서비스로 MZ 세대의 트렌드를 읽고 있죠. AI에 투자가 몰리는 지금은 AI를 콘텐츠로 다룰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팬 미팅 사진. 가발을 쓰고 트레이드 포즈를 취해 모두가 '엑시시스터즈'가 됐다. 가발을 쓰고 보라색 옷을 입었다면 누구나 '엑시시스터즈'가 될 수 있다. /허영주 대표 인스타그램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팬 미팅 사진. 가발을 쓰고 트레이드 포즈를 취해 모두가 '엑시시스터즈'가 됐다. 가발을 쓰고 보라색 옷을 입었다면 누구나 '엑시시스터즈'가 될 수 있다. /허영주 대표 인스타그램

'듀자매'는 '엑시시스터즈'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가발을 쓰고 보라색 옷을 입었다면 누구나 '엑시시스터즈'가 될 수 있다는 정체성을 담았다. 바르셀로나, 필리핀 등에서 진행한 팬 미팅을 통해 누구나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모두가 한 번쯤 빛나길 원하는데, 그 마음을 채워줄 때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엑시시스터즈가 될 수 있다는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바르셀로나나 필리핀에서 공연했을 땐 현지 친구를 섭외해서 같이 공연했죠. 저희는 충분히 빛났어요. 이제는 다른 친구를 키우고 싶어요."

허영주·허정주 대표는 '듀자매'와 '엑시시스터즈'를 만들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 광고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허영주 대표는 '콘텐츠가 전부다' 책 출간에 이어 동서울대 엔터테인먼트 경영과에서 강의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전문성에 열망하는 게 아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게 '듀자매'의 매력이다.

"저희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자면, 슈퍼 다재다능인이라는 뜻의 슈퍼 멀티퍼텐셜 라이트(Super Multi-Potential Light)입니다. 완전히 뾰족한 하나의 전문성도 가지고 싶지만, 그보다는 정말 우리가 되고 싶은 모든 걸 해보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정체성 속에서 저희의 재능을 마음껏 표출하고 싶습니다."

허영주 대표는 걸그룹 '더 씨야'로 데뷔했지만, 2015년 팀이 해체됐다. 그 후에 참가했던 '믹스나인' 프로그램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의 경험에 힘입어 지금의 '듀자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허영주 대표는 걸그룹 '더 씨야'로 데뷔했지만, 2015년 팀이 해체됐다. 그 후에 참가했던 '믹스나인' 프로그램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의 경험에 힘입어 지금의 '듀자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저는 아이돌 연습생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공부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실 다시 아이돌 생활을 선택할 거냐고 물어보면 또 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때의 기억이 제겐 소중하답니다. 어린 나이에 무대에서 빛나고 많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인생에서 얼마나 있겠어요. 하지만 그걸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건 매우 차이가 큽니다."(허영주)

고비 끝에 기회도 찾아왔다. '듀자매'는 지난해 12월 김성주 MCM 그룹 회장에게서 투자를 받았다. 여성사업가 육성에 서로의 뜻이 맞아 가능했다. 이제 허영주·허정주 대표는 살벌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 하루도 베푸는 삶을 되새긴다. 서로의 위로가 되어주며 두 손을 꼭 붙잡을 미래를 꿈꾼다.

"절대 혼자선 일할 수 없고, 결국 사람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감사함을 잊질 않고 베풀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돈만 벌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사는 듀자매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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