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심인성쇼크 환자 '두려움' 커져
전문의 2012년 62명에서 2022년 42명
문제는 환자 및 가족의 잦은 의료 소송 탓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이 발생했을 때 일정한 치료 가능 시간을 넘기면 사망 확률이 90%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인 일명 '골든타임'. 이런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질병으로는 대표적으로 심근경색증과 심인성쇼크가 있다. 모두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병인데,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심장내과 분과 전문의는 2012년 6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최근 10년간 지원자가 줄어 2022년 5월에는 42명의 심장내과 분과 전문의가 배출됐고, 그중 심혈관 중재술 전문의는 단 28명이었다.

문제는 1세대 중재 시술 의사들이 60세 이상이 되어 집단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의 46개 상급 종합병원에 대체 의사 1명씩도 보내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는 것. 심혈관 중재술 전문의는 일명 골든타임에 놓여있는 심장 질환 환자를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다. 

국내 병원 중 심혈관 중재 시술을 하는 곳은 160여 곳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몰려 있으며, 절반 가까운 병원이 중재 시술 전문의를 1명 또는 2명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고위급 관계자는 본지에 "지방으로 갈수록 중재시술 전문의 부족 상황이 심화해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도 중재시술 전문의가 일 년에 90일 정도 당직하고 있다"면서 "심부전이나 부정맥 담당 교수까지 일부 당직을 나눠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이 많다고 하는 권역 심혈관 센터도 법적으로 최소 3명의 중재시술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라면 중재시술 전문의가 일 년에 120일을 당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심혈관 응급 시술 병원이 없어진 강원 영동 지역에서는 지난 3월부터 심혈관 환자들을 영서 지역으로 이송 중이다. 전남(광주 제외)과 충북 지역도 7년 후면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응급 시술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병원이 몰려있는 서울도 일부 지역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나 상계구 지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응급 심근경색증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문을 닫아 환자가 종로구나 성북구, 심지어는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로까지 이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심장 질환 관련 환자 추이는 증가 추세에 놓여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심장 질환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주요 심장 질환 환자 수는 2020년에 162만4062명으로, 2016년 138만9346명 대비 16.9% (연평균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장 질환 연간 총내원일수는 2016년 779만 2979일에서 2020년 838만 574일로 7.5% (연평균 1.8%) 증가했다.

의사 상대로 급증하는 소송 '부담감'도 ↑

심장 내과 전문의가 줄어드는 상황과 관련, 학회 교수들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로 인한 번아웃과 당직비가 지급되지 않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문제를 꼽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잦은 소송이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심혈관 분야의 경우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더라도 환자가 사망하거나 합병증을 얻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환자나 보호자들은 묻지마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학회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내과계에서 가장 많이 소송을 당하는 게 심장내과"라며 "심장내과 교수 중에 소송 1~2개씩 안 걸렸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일정 비율은 병원 내 사망을 피할 수 없다. 100명 중 3명 정도는 뇌졸중도 발생한다"며 "그럼에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 의무를 다하였고 주의 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배 보험이사는 또한 "예전과는 소송 패턴도 달라져 형사와 민사를 동시에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형사 쪽에서 무죄가 나와도 민사에서 사건이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회 박덕우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브로커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자나 보호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게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며 "요즘 소송은 선택이 아니라 루틴"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안 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예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심장내과도 교수와 선배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후학들은 더욱 지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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