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산부인과 업계 어려움 호소
여기에 '저출산' 영향까지 더해 '암울'
어두운 미래에 전공의 지원도 하락세

산부인과 /연합뉴스
산부인과 /연합뉴스

"치솟는 식료품값에 산모 밥을 줄 수가 없어요." 지난달 22일, 경기도 오산시에서 13년여간 산부인과를 운영한 원장 A씨의 호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난에 국내 일부 산부인과 의원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저출산 영향에 따른 전공의 지원 의사 수도 줄어들면서 산부인과 업계 인프라 붕괴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치솟는 곡물값이 산부인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에선 산모가 출산 후 입원해 지내는데, 이때 병원은 산모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식료품값에 산부인과 적자율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른 병원도 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현재 산부인과는 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저출산 현상으로 지방 산부인과 입원실엔 산모가 거의 없다. 20병상 규모에 3~4명인데 이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할 때 최근 식료품값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원뿐만 아니라 산후조리원도 신음을 내고 있다.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최근 곡물값 등 물가가 올라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산후조리원 비용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힘든 상황이다. 대체로 산후조리원 이용료는 2주에 300만원 수준"이라며 "물가에 따라 이용료를 올리면 산모들은 굳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도 더욱 민감한 부분이라서 중국산 등 값싼 식자재로 바꾸면 산모들의 항의가 폭주할 것이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국내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원 환율도 1400원 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15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1393.7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연고점을 다시 썼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물가 상승세와 함께 최근 저출산 영향에 따라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합계 출산율’은 0.81이었다. 2018년 0.98로 처음 1.0 이하로 떨어진 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출산률 감소에 따라 분만을 포기하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신현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분만 의료기관의 수는 14.7% 감소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산부인과는 ‘전망이 어두운’ 전공으로 낙인찍혔다.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지원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은 88.7%였고, 2021년도엔 87.4%로 줄었다.

윤주희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다른 과 대비 저수가를 받고 주간·야간·휴일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특성, 지속적인 저출산 추세로 인한 불안정성 등 ‘낮은 삶의 질’로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더해 벌어지는 지방-수도권 간 산부인과 비율 등으로 인해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부인과 지원 정책을 통해 배출 의사 수 증대 및 지방 산부인과 의원 증대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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