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내가 우선인 알바생
높은 비용에 개선없는 업주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화 되면서 아르바이트 업계도 점차 개인주의화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화 되면서 아르바이트 업계도 점차 개인주의화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젊은이가 생활비나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알바생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이지만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화 되는 추세와 함께 알바생의 개인주의도 심해지는 편이다. 

대학생 석모 씨(21)는 최근 숙박업소 프런트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알바생들이 휴식과 근무를 번갈아 진행한다. 석씨가 휴식해야 할 시간에서 40분이 지나서야 다음 알바생이 왔다. 석씨는 그에게 “다음부턴 정시에 와달라”라고 해도 소용이 없자 고용주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고용주는 이 알바생에게 경고했지만 지각은 계속됐다.

석씨는 “알바생이 ‘슈퍼 을(乙)’이라는 건 옛말”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도 많이 올랐고, 업종과 시즌에 따라 알바생 구인난도 발생한다. 고용주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다른 알바생에 폐를 끼치면서 개인주의 행동을 하는 알바생이 주변에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스키장 장비 대여 업체에서 신체적 노동이 필요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적절한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옆 부서 알바생들이 김씨 부서의 휴식 시간이 길다고 불만을 나타내 업주가 휴식 시간을 줄인 것이다. 이후 김씨 부서에서 몸살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김씨는 “알바생 사이에 연대감이나 동료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업주에게 발언권이 있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다른 알바생의 처지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를 보면 참지 못하는 알바생은 주변에서 종종 목격된다. 대학생 김모 씨(24)가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한 일터에서 관리자 A씨는 기가 센 알바생 B씨를 감독하는 데 평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A씨가 택배 상자를 피하다 B씨의 어깨에 세게 부딪혔다. A씨가 사과했지만 B씨가 불같이 화를 내 경찰이 출동해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카페 사장 C씨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매장에서 현금이 조금씩 비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C씨는 한 알바생의 소행임을 확인했다. 알바생이 손을 댄 금액은 20만원 정도. 소액이어서 C씨는 좋게 마무리 지으려고 그 알바생에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보너스 줬다고 생각할 테니 앞으로는 성실히 임해 달라”고 했다. 알바생은 감사하다고 했지만 얼마 뒤 일을 그만뒀다. 주인의 핀잔 아닌 핀잔 이후 기분이 상해서였다고 한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호텔 주방에서 식기세척기로 설거지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호텔에서 쏟아지는 그릇을 처리하던 중 식기세척기가 갑자기 고장 나 직접 접시를 닦아야 했다. 김씨는 “원래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일인데 갑자기 손으로 하면 힘들다”고 호텔 측에 항의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관뒀다. 그의 업무는 남은 직원에게 돌아갔다. 식기세척기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알바생 김씨는 일시적 불편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7명에게 물어봤더니 이들 모두 “요즘 알바생의 개인주의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자기만 쉬려는 유형’과 ‘일을 떠넘기는 유형’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개인주의적 유형으로 꼽혔다. ‘일터에서 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형’은 그다음으로 많았다. 이 중 5명은 개인주의적인 알바생을 상급자나 고용주에게 보고했지만 환경이 개선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업주들이 알바생을 내보내고 새로운 알바생을 충원하는 데엔 적지 않은 비용과 불편이 따른다. 알바생은 비정규직이지만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고 해고했다간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주가 늘 지각한 알바생을 해고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이 알바생은 서면 통보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시해 노동 당국에 부당해고로 신고했다. 업주는 해고 시점부터 신고 시점까지 3개월 치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김준현 강릉원주대 영어영문학과 학생(exuia37@gmail.com)
장준호 강릉원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학생(junho2004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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