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보여주기 위해 차 가격 100%도 빌려
1인당 명품 소비액 세계 1위 전년 대비 24%↑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1년 차 직장인 황모 씨(26)는 약 200만원의 월급이 들어오면 티켓팅 경쟁을 거쳐 예약한 15만원가량의 주방장 특선 식사를 한 달에 한 번씩 즐긴다. 고생한 자신을 위해 이 정도의 투자는 괜찮다고 느낀다. 8월 말에는 친한 친구와 함께 ‘호텔 휴가’를 가기로 했다. 이때쯤에만 먹을 수 있는 10만원가량의 애플망고 빙수를 먹고, 호텔 수영장과 로비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려고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겠다는 인식과 함께 높은 단가의 서비스, 제품을 소비하는 청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SNS에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포르쉐코리아=연합뉴스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겠다는 인식과 함께 높은 단가의 서비스, 제품을 소비하는 청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SNS에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포르쉐코리아=연합뉴스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상승하면서 ‘돈을 열심히 모아 집을 사겠다’는 의지가 꺾인 지 오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겠다는 인식과 함께, 높은 단가의 서비스, 제품을 소비하는 청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헤럴드경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100명 중 32명이 번 돈의 70%를 소비한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SNS에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차량 가격의 100%를 할부로 고성능 차를 소비하는 일명 ‘카 푸어’들 역시 신음하고 있다. 신용 대출을 받아 포르쉐를 구매했으나, 수리비와 기름값, 보험비 등 유지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0조원을 돌파했다. 단순 계산으로 차량 할부금과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돌발 상황 발생 등으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할부를 통해 고성능 차를 구매한 후 판매자와 찍은 기념사진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영정 사진’이라 칭하는 이유다.

지난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500만원 이상을 들여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문화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1인당 명품 지출액이 높은 것 역시 이러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2022년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세계 1위다.

SNS에 프러포즈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명품 가방, 명품 구두, 명품 시계 등으로 5성급 호텔 방을 꾸민 사진들이 상위에 노출된다. 결혼을 준비 중인 최모 씨(29)도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인데,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호텔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최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더라도 ‘기죽지 않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며 새벽부터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픈런(개점 시간 구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 소득 6000만원가량으로 또래 평균에 비해 낮지 않음에도 “하루를 위해 투자하기에 부담이 없진 않다”고 했다.

명품 구매 후 인증 사진 찍고 바로 되팔기
카드 돌려막기 횡행 리볼빙의 늪 허우적

‘명품을 가졌다’는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되팔기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명품이나 희귀한 상품을 구매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이후 되판다. 당근마켓, 크림 등 중고 되팔기 서비스에 유명 명품 브랜드를 검색해 보면 ‘한 번 착용’, ‘포장부터 보증서까지 풀 세트’라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품을 가졌다’는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되팔기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명품이나 희귀한 상품을 구매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이후 되판다. /로이터=연합뉴스
‘명품을 가졌다’는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되팔기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명품이나 희귀한 상품을 구매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이후 되판다. /로이터=연합뉴스

명품 패션 브랜드 D사 매니저 강모 씨는 “최근 ‘블랙핑크 지수’가 착용한 가방, 의류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며 “연예인이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해당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착용한 제품을 보고 구매해 SNS에 올리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문화로 인해 ‘다음 달의 나에게 맡기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값으로 돌려막으려는 것이다. 20대가 이용한 카드사의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잔액 상승 폭은 20년 기준 3년간 약 87%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폭이다. 20대의 2022년 11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평균 14.35~18.46%의 높은 수수료율에도 달라진 소비 흐름에 맞추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리볼빙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고민 글들이 나날이 올라온다. 한 카드사 소속 직원은 “카드사 직원들도 리볼빙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용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한비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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