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 미쳐” vs “인생의 동반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대학생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A부터 Z까지 알아봤다. /LG CNS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대학생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A부터 Z까지 알아봤다. /LG CNS 제공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챗GPT가 대학생들에게 실제로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알아봤다.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질문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내용까지 답변한다. 챗GPT의 활용도를 자세히 살피기 위해 대학생인 필자는 챗GPT를 과제에 사용해 봤다. 

과제는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정리하고 그 작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적기’였다. 질문 창에 “셰익스피어의 출생일을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인공지능은 셰익스피어의 생년월일, 출생지, 부모, 창작 목록 정보를 정리해 줬다. 내용도 대체로 사실이었다. 검색으로 알아내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고 편리해 보였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햄릿을 쓸 당시 셰익스피어의 생각을 알아내긴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햄릿은 문화와 문학이 융성하던 ~”이라며 길게 답변했다. 답변 내용은 햄릿 작성 시기의 배경에 관한 것이었지 내 질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창의적인 답변을 요구하면 대개 챗GPT는 “저는 세상에 없던 것을 완전히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에 훈련된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라고 답한다. 내 실험의 결론은 ‘챗GPT에 영문학 과제를 맡기긴 어렵다’였다. 

S대 인공지능 관련학과 1학년 최모 씨(20)는 책 줄거리 요약 과제를 챗GPT에 맡겼다. 챗GPT가 요약한 줄거리는 책의 내용과 달랐다. 최씨는 “인터넷에 노출된 양이 적은 책의 경우 챗GPT가 책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런 단점은 다른 학생의 질문에서도 두드러졌다. 해양생태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모 대학교 3학년 김모 씨(23)는 어종 등 전문 분야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챗GPT의 답변은 기대에 못 미쳤다. 김씨도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운 정보여서 잘 답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일본어로 챗GPT와 대화를 시도했다. 챗GPT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 한자를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챗GPT와 일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했다. 

서울 K대학 컴퓨터 관련 학과 1학년생인 김모 씨(20)는 챗GPT를 코딩(특정한 컴퓨터 언어로 특정한 프로그램을 짜기) 과제에 활용했다. 그 결과 김씨는 “챗GPT가 답을 빨리 제공하지만 오류가 잦다”고 말했다. “코딩하면서 챗GPT에 오류가 생긴 부분을 찾아 달라고 했다. 변수 a를 b로 출력하는 등 부정확한 답변을 자주 했다”고 했다.

챗GPT의 사소한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활용성이 높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챗GPT의 사소한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활용성이 높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챗GPT는 대학생들에게 무용지물일까? 정반대의 경험담도 적지 않다. 서울 K대학 컴퓨터 관련 학과 2학년생인 김모 씨(21)는 “코딩 중에 챗GPT를 활용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답변오류와 관련해 “전체적인 부분을 작성해 주니까 아주 편리하고, 오류 부분은 직접 수정하면 되는 정도여서 괜찮다”라고 했다. 그는 챗GPT를 “인생의 동반자”로 칭했다. 1학년생 김모 씨(20)와 달리, 사소한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작성 전반을 도와주기 때문에 시간 절약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대학생 최모 씨(20)도 챗GPT의 팬이 됐다. 그는 에세이 과제 작성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에세이의 틀만 챗GPT의 도움을 받았지 나머지는 본인의 생각으로 채워 넣었다고 한다. 챗GPT를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들은 대체로 “사전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선 적절히 오류를 걸러내면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생 장모 씨(20)는 수업 시간 중 교수와의 질문-답변 과정에서 챗GPT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 씨(21)는 “사회-역사 분야 정보는 물어보는 즉시 정리해서 원하는 답을 주니 편리하긴 하다. 정보의 정확성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챗GPT를 써본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선 챗GPT로부터 의미 있는 도움을 받진 못했다. 반면, 인터넷에 충분히 공개된 정보나 원리, 기술과 관련해선 학생들은 과제 내용을 탄탄하게 구성하거나 과제 수행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 챗GPT를 활용해 도움을 받았다. 

한 학생은 “대학 과제를 하는 데 있어 챗GPT의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가짜정보와 표절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올 2학기부터 챗GPT를 이용한 AI 반도체 설계 강의를 개설해 코딩의 단순 작업의 90% 정도를 줄이는 도구로 챗GPT를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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