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엔 없는 편안함을 준다”
“주변에서 많이들 하길래 재밌어 보여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글을 길게 써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도 있었죠.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내 생각과 나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서울 H대 졸업생 최모 씨(여·22)는 2주에 한 번 블로그에 접속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인스타그램도 애용하지만, 블로그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예쁘고 감성적인 사진을 올린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포토샵을 하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고 한다.
블로그에 대해선 ‘이제 한물갔다’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시작한 ‘주간일기 챌린지’를 통해 부활하는 듯하다.

네이버가 공개한 ‘2022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주간일기 챌린지’ 이후 10·20대 이용자가 21년 대비 17% 포인트 증가했다. 신규 블로그 이용자 76%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였다. 챌린지에 참여한 이용자 중 55%는 20대였다. MZ세대 사이에서 블로그 붐은 챌린지 종료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충성도가 높았던 MZ세대를 끌어들인 블로그의 매력은 심리적 편안함, 소수와의 일상 공유, 경험 기록으로 요약된다.
소박한 내 모습 드러내기
블로그에서만큼은 인스타그램에서의 감성 샷을 찾기 힘들다. 개인의 평범한 일상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많다.
서울 S대 재학생 이모 씨(여·22)는 “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하고 이목을 끌 수 있는 사진을 올린다. 반면, 블로그는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느낌”이라며 “편하게 자기 생각을 적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이 아닌 글이 위주가 되다 보니 나를 드러내는 것에 부담이 덜하다”라고 덧붙였다.
블로그 이용자 상당수는 ‘블로그’ 하면 ‘편안함’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춘천 K대 재학생 원모 씨(여·21)는 “인스타그램은 지인들이 보기 때문에 특별했던 경험 위주로 잘 선별된 공개용 사진을 올린다. 사진 몇 장만 올리면 돼서 간편하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을 찾아 게시하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블로그는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일상 그대로를 담고 있다. 여러 선물이나 예쁜 카페, 옷들로 꾸며진 내가 아닌 소박한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
소박한 내 모습 드러내기
원주 H대 재학생 윤모 씨(여·22)는 “원래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일기는 나 혼자만 보는 거라 나의 일상과 생각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은 내 계정을 전체 공개로 설정해 놓으면 모르는 사람들까지 나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비공개로 설정해 놓으면 친구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친한 친구들도 계정을 볼 수 없다. 반면 블로그는 각각의 게시물마다 전체, 서로 이웃, 이웃, 비공개로 공개 범위가 나뉘어 있다. 댓글 또한 비공개 설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 덕에 게시물 별로 원하는 상대에게만 보여준다.
서울 S대 재학생 박모 씨(여·22)는 “친구들과만 내 일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편하다. 모르는 사람이 내 블로그에 방문해도 나의 사진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에는 계정에 들어가 스크롤 몇 번으로 상대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데 블로그는 그 가능성을 내가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만의 디지털 다이어리
강릉 G대 재학생 홍모 씨(21)는 “블로그의 매력은 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점, 사진 개수와 다양한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스타그램은 사진 앨범 같고 블로그는 나만의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홍씨는 “1~2시간씩 잡고 긴 글을 작성해 블로그에 올린다”라며 “편하게 내 생각을 적을 수 있어 생각 정리도 되고 기록으로도 남아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은 여행 등 특별한 날의 경험 위주이다. 반면, 블로그에선 일기 형식으로 일상 순간순간의 느낌이나 마음을 솔직하게 쓴다”라고 덧붙였다.
강릉 G대 재학생 정모 씨(여·21)도 “피드의 느낌을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블로그는 내 고민, 좋아하는 맛집, 여행 등 다양한 것을 기록할 수 있다”라며 “핸드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나의 감정과 생각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