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채용비리 감사 좌초
독립기관의 친여 성향 부작용

감사원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간부 자녀 채용비리 감사 거부에 직면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과거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과 더불어 '5대 권력기관'으로 통했지만 그 엄정한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원은 5일 "선관위 채용비리 등 부패행위에 관해 1·2차 자료 요구를 했고, 관련한 감사 거부에는 수사요청서 작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검찰의 수사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31일 간부 자녀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의 채용·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며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또한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해 결격사유를 못 찾았다. 지난해 8월부터 전 위원장 근태와 출장비, 유권해석 업무 등을 문제 삼아 감사를 진행했지만 지난 1일 기관장 개인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이 감사위원회에 난입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자중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4일 페이스북에 "감사원 사무국은 감사위원회가 권익위원장 개인 의혹을 무혐의로 불문 결정한 것에 대해 허위성 보도자료나 말장난으로 진실을 왜곡·은폐하지 말라"며 역공을 취했다.
아울러 감사원이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MBC와 방문진은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설립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의 권력은 징계권뿐만 아니라 정책감찰과 정보력 등 기타 핵심적인 것에서도 나오며, 감찰기관임에도 계좌추적권·출석요구권·자료제출요구권 등 수사기관에 준하는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에선 독립된 기관으로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2019년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가 2018년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의 직원 중 192명이 기존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서울시에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과 박 시장에 대한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2020년에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해 경제성 평가에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 등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대상으로 정기감사가 끝난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감사에 착수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선 본감사에 들어가자 '표적 감사'를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이 정권 초기부터 친여 성향을 보인 것이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헌법기관으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전 정부 탄압의 앞잡이를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하청을 받아 정치감사에 앞장서는 2중대를 자처하며 스스로 감사원의 신뢰와 위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여권은 선관위의 감사원 직무감찰 수용과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를 계속 압박하는 중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관위가 유독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며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희 위원장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와 민주당 수적 우위의 국회 국정조사만 고집하는 것은 민주당을 방패 삼아 비리를 은폐하고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압박한 것과 관련해선 "선관위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기관의 자정 능력이 없는 상태를 국회에서 간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선관위가 어떻게 기관을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선관위 국정조사 협상 여부에 대해선 "의견 교환이 있었고 구체적인 실무 협상은 원내수석부대표 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