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고발
"공수처 엄정 수사해 달라"
전문가 "임기 필요 분리해 봐야"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고발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 권익위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지 7개월 만이다.
전 위원장은 이날 고발인 신분으로 공수처 정부과천청사 앞에 나와 취재진에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사퇴 압박이 있었다”며 “대법원 ‘블랙리스트 판결’ 등에 비춰보면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은 제대로 된 사실 규명 노력 없이 제보자의 허위 증언만을 바탕으로 권익위원장을 감사하고 수사를 요청했다"며 "법률에 임기가 보장된 장관급 기관장의 거취를 정권의 입맛에 따라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권익위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정해진 독립기관이자 중립기관”이라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감사원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의 임기 종료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법적 투쟁이 격화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총선 출마용 인기 몰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 비례대표, 20대 국회 서울 강남을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감사원이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를 벌였다면 직권남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 출신인 전 위원장이 자신에 불리한 여론을 단번에 뒤집으려는 이유다. 앞서 대법원은 문재인 정부 환경부의 표적감사로 인해 산하단체 상임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전 위원장은 근태 의혹을 비롯한 10여개 항목이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권익위 고위 관계자 A씨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A씨는 감사원에 전 위원장 관련 의혹을 제보한 인물로 지목됐다.
여권은 사실상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한 전 위원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아직 소통하신 적 없지 않느냐"며 "가장 기본적인 소통도 못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정부의 소통을 총괄해야 될 자리에 계시는 것이 너무 억지 같은 생각이 안 드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공공기관장 임기는 보장 필요 여부를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반드시 바뀌어야 할 조직이 있고, 아닌 조직이 있다"며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은 새 정권에서 국정 철학이 달라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장직은 정권이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넘어서 존재하는 게 권익이라서 꼭 바꿔야 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 중심제와 공공기관 임기제는 국정을 다시 짜는 가치와 임기를 보장한다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