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에 '평등' 빼고 '가족'으로 변경
여성 정책보단 청소년 가족 정책 방점
여소야대 속 찬반 논쟁 갈등은 여전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 소속 단체와 개인 100여 명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 소속 단체와 개인 100여 명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예고됐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여야의 이견과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기 위해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갈등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견을 좁히고 대안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SNS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자 게시물로 이슈가 된 후 해당 문제는 윤 정부 출범 후 지난해 10월 공식화됐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 양성평등본부'를 만들어 여성가족부 주요 기능을 이관하고, 고용 관련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넘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가부 기능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서 여가부 폐지안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여성가족부가 부처 슬로건을 바꿨다. 지난 2018년부터 사용해 왔던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문구를 '언제나 든든한 가족'으로 변경했는데, 기존의 성 정책과 성평등 정책보다는 청소년과 가족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됐다. 또 여성이라는 단어도 읽히지 않으면서 기존의 여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바뀐 것은 또 있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도 25년 만에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변경됐다. 권력형 성범죄, 스토킹 범죄 등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폭력도 '여성 폭력' 대신 '5대 폭력'으로 변경했다. 

여가부의 이런 변경에 성평등 정책 퇴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며 끊임없이 폐지 주장과 여성 정책의 퇴행을 거듭했다"며 "심지어 여성가족부에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이 소임이라는 장관을 임명해 성평등 정책을 누더기로 만들어 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여성은 물론 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보호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책 권한을 확대하는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시민단체는 구조적 성차별이 사라졌다는 정부의 시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는 "부처를 없애는 게 아니라 부처가 잘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집행력을 강화하고 방향성을 재조정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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