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의원,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대표발의
출생신고 의무자 미신고 인한 아동 불이익 예방
의료계 '행정적 부담과 사고 책임 떠넘기지 말라'

과태료 5만원. 주차위반도 금연 구역 흡연 위반도 아닌 출생신고 미이행 시 내야 하는 벌금 액수다. 솜방망이 대책에 악덕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아이가 사망하기 전까진 그 누구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출생신고를 하게끔 하는 '출생신고제' 도입 추진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출생신고 미이행으로 인한 아동학대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생신고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법상 부모만 가능한 출생신고를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이 출생 즉시 국가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3월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부모 등 신고 의무자의 신고와는 별개로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이 시·읍·면의 장에게 모든 출생아의 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 신고 의무자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최고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출생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의 인권을 증진하려는 것이 개정안 목적이다.
다만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관련 업계에서 천차만별로 나뉜다. 먼저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통해 "아동 보호를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는 행태가 기가 막히고 국가의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국회에선 출생신고제를 통해 아동 학대 사각지대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개정안 발의의 주된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료계에선 출생 통보를 의무로 지게 될 경우, 의료기관에서 이를 위한 인력 보충과 행정적 부담을 지는 것은 물론 신고 과정에서 실수로 오류가 발생할 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출산을 숨기고 싶어 하는 산모들이 병원에서의 분만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는데, 산모 및 신생아 건강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적 여론은 찬성 입장으로 쏠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출생통보제 도입과 관련해 국민 4184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응답자의 87.4%인 3626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아동의 출생등록권리 보장(42.6%) △보건·의료·교육 등 아동 권리 보호(34.5%) △아동학대 예방(22.5%) 등이었다. 반면 △낙태 우려(32.5%) △비인가 시설 출산 증가(30%) △민간의료기관 신고 의무 부과 부당(29%)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유엔 국제아동권리협약 제7조에도 아동은 태어난 즉시 국적과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며 "출생통보제는 출생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법안을 지지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출생 통보 의무를 부모·의료진에게 공동으로 부여하여 신생아의 출생 등록이 누락되지 않도록 나라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출생등록은 원칙적으로 부 또는 모가 해야 하지만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그 의료기관의 장에게도 출생등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출생등록제도와 출생통지제도를 병행해서 운용하고 있다. 출생등록의 의무는 일차적으로 아동의 부모에게 있고, 출생등록의무자는 신생아가 태어난 후 42일 이내에 출생 병원이 있는 지역의 호적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통지는 아동이 출생한 병원에서 그 병원이 있는 지역의 호적사무소에 아동의 출생 시로부터 36시간 이내에 해야 하고, 호적사무소는 병원에서 알려온 출생명부를 바탕으로 하여 출생등록 의무자가 법정기한 내에 출생신고를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출생신고 관련 제도는 주(州)마다 다르다. 하지만 출생신고제도 외에 의료기관 등에 출생등록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로는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병원’이나 ‘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대체 출산시설’에서 아동이 출생하면 그 출생증명서에 서명한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지역 등록관리부에 출생 사실을 등록하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에는 병원의 책임자나 지명된 대표자에게 개인 자료를 획득하여 증명서를 준비하고 증명서에 요구되는 서명을 보증하여 그것을 등록관에 제출하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