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체에 당사자·전문가 포함
시설단체 "시설의 역할·기능 부정"
부모회 "탈시설보단 주거환경 개선"

경기도의회의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반대 의견으로 조례안이 일부 수정됐지만 장애인 시설단체 및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에서 여전히 조례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8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한단협)·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한장협)·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경장협) 등 3개 장애인 시설단체가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의 제정 반대 및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유호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탈시설 정책의 추진을 위해 민관협의체에 탈시설 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례안은 5000건의 반대 의견이 경기도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지난달 28일 일부 조항이 수정돼 다시 입법 예고됐다.
시설단체는 수정 조례안이 "발달장애인 및 중증・와상・고령 장애인의 특성과 24시간 365일 필요한 돌봄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시설이용 장애인이 자기 삶을 선택하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조례안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지역사회로 인정하지 않고 시설의 역할과 기능마저 부정하고 있다는 것.
이어 "조례안은 장애 당사자와 보호자 등 실질적 주체자 참여를 전혀 명시하지 않았고 이들과 합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시설 이용 장애인을 지역사회와 분리된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존재 및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도 조례안의 취지가 의심스럽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부모회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로부터 탈출한다는 의미의 탈시설이 아닌 거주 시설 환경의 발전과 장애인 주거복지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시설 이용자의 98.3%가 중증장애인인데 이들이 시설만 나오면 자립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오는 10일 대규모 시위도 예고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달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창립대회에서 조례안 발의를 밝히며 "가야 할 길이라면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동지들과 함께 힘을 모아 가겠다"고 의지를 표했다. 또한 "11년 전 광화문역 농성을 시작할 때 경찰 다리 사이를 비집고 기어가던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했던 이름 없는 학생이 이제는 경기도에서 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해 함께하는 경기도 의원이 됐다"고 했다.
경기도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문제는 당사자들과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조례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조례안은 오는 18일까지 경기도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