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어떻게 행동할지 러에 달려"
방미 앞둔 尹, 나토 협력도 중요
민주당 "발언 당장 철회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에 러시아 측이 즉각 반발하자, 대통령실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야당에선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 심각한 전시 국제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이 전제조건을 달았던 만큼, 러시아의 반발을 고려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절충하는 수준의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 전체를 봐야 한다. 지원 가능성만 얘기하는 건 침소봉대"라며 "러시아의 반인권적 행태를 우회적으로 규탄했을 뿐이니 방미를 앞둔 일종의 립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그러한 결정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필요한 군수품을 한국이 많이 비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발언을 공식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 회의에서 "국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제3국 전쟁 관여도 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당장 우리 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전날 인터뷰 발언은 오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했다는 맥락에서 보면 안보 위기론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단편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동맹 및 나토 협력 강화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해석하면 국익에 도움 될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19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탄약 지원 관련 내용이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외교 정책을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임을 감안할 때 (탄약 지원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인지 주목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태영호 최고위원만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발언,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원론을 밝힌 것”이라고 썼다.
이는 지난해 6월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등 이준석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일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0개월 전에 제가 우크라이나 갔을 때 러시아 눈치 봐야 한다던 정치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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