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투약 혐의로 공항 입국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조사를 받은 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가족을 만나러 광주를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6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전씨의 신병을 확보해 서울청 마포청사로 압송했다. 전씨는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 있는 자 거주지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LSD와 대마초 등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복용한 혐의를 받는다. 마약 범죄는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합법 국가에서 투약했더라도 국내에서 처벌받는다.

입국 절차를 마친 이후 취재진 앞에 선 전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서 5·18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싶은 이유로는 “제 삶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삶도 소중하다”라며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5·18 희생자)들은 지금 안 계신다. 저에게 죄가 있다”고 말했다. 

오전 8시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도착해서도 전씨는 “조사에 열심히 임하고 제가 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고, 가능한 대로 최대한 빨리 광주에 가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전두환 일가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라 생각해서 말했다”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직접적으로 처벌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종 폭로와 귀국에 대한 가족 반응에 대해서는 “저를 미치광이로 몰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갖가지”라고 말했다.  

‘마약 했다고 지목당한 지인들이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죄인이 직접 죄가 있다고 하는 경우는 사회에서 드물다”고 밝혔다. 

전씨는 미국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했다. 또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의 마약류 투약 등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씨가 SNS에서 마약 투약자로 지목했던 이들 중 국내 거주자 2명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