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암참·서울대 동문회 기금 입금 완료
17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결과가 관건
일본 측 일반기업 참가할까?···재계 총동원

한·미·일 재계를 중심으로 일제 강제징용 배상기금 마련이 속도를 받고 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별다른 '사과'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이 이뤄지면서 '셀프 배상' 논란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 이어 포스코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기금 40억원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에 출연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의 대법원판결 관련 입장 발표에 따라 과거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정서에 근거해 남은 40억원을 정부의 발표 취지에 맞게 자발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재단에 100억원을 납부하기로 했으며 2016년과 2017년에 30억원씩 60억원을 출연했다. 나머지 잔여 약정액 40억원을 이번에 출연함으로써 재단과의 약속이행이 완료된다.
지난 10일 서울대 총동창회도 지원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하며 재원 마련의 물꼬를 텄다. 이어 배상금 대위 변제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암참도 지난 14일 오후 기부금을 입금했다. 암참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계·한국계 총 800여 개 회원사를 대표해 기금을 출연했다"며 "다만 자세한 금액을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로 보상을 받은 기업이 피해자를 지원하느냐는 제3자성 논란이 여전한 포스코에 한정된 기부가 이뤄질 것으로 봤던 정부도 기대감이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암참의 기부를 계기로 한·일 기업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각계각층의 자발적 기여가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4년 설립된 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지급할 예정인 대위변제금(손해배상금·지연이자·소송비용)은 약 4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또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에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을 제외한 일반기업 참여 가능성도 커지면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일 경제협력 활성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날 BRT에는 한국에서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대표 경제인 12명이,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등 11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측 대표 경제인 12명에는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해 전경련 회장단인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는 BRT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국제 규약이 있지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도 참석한다.
"한일 관계를 풀 마지막 기회"라면서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강조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바람대로 재계 측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이에 앞선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참석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강제 노역에 대한 별도의 '사과' 표현은 하지 않을 입장이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앞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달래고 한국 정부 발표에 반대하는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일본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국제법적으로 한일병합에 의해 합병된 나라에서 자원을 징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BRT에서 일본 측 일반기업의 기금 참여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은 명분을 잃고 '굴욕 셀프 배상'이란 야당의 공세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굴욕과 굴종뿐"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사죄와 반성은 뒷전으로 둔 채 조공 보따리부터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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