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SM엔터뿐 아니라 CJ ENM도 관심
경영권 인수 마음먹으면 실탄 사용 가능
카카오엔터와만 우호 관계로 보긴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SM엔터테인먼트(SM)의 주가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되면서,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최대주주 전쟁 가능성이 커졌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카카오가 경영권 인수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의 주가는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대비 1700원 올랐으며, 하이브가 제시한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여전히 웃도는 수치다.

21일 코스닥 시장에서 SM은 121.89% 상승한 12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에는 SM 주가가 13만원을 돌파했으며 장중 13만8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거래소
21일 코스닥 시장에서 SM은 121.89% 상승한 12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에는 SM 주가가 13만원을 돌파했으며 장중 13만8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거래소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제3자 유상증자와 대항 공개매수를 동시에 강행하기엔 부담이 없지 않다. SM 정관에는 전략적 제휴 등을 포함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지분을 희석시키는 주식 발행은 경영권 분쟁을 유발하는 등 위법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법원이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총괄)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자금력 측면으로 볼 때 카카오가 그동안 공들여 온 SM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으로부터 총 1조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오는 3월 6일이 SM 신주 및 전환사채 주금 납입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달 24일 사우디로부터 8975억원에 해당하는 1차 납입금이 들어온다.

지난 2021년 카카오재팬이 자사 플랫폼 픽코마(piccoma) 활성화를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유치한 5627억원도 카카오가 가용한 실탄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합산하면 우선 1조4602억원의 투자 활용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비상장사인 카카오엔터 입장에선 상장사인 SM 인수가 우회상장의 기회로도 읽힌다.

카카오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로부터 유치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금은 국내 콘텐츠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즉 이런 자금이 SM 경영권 인수에 사용되려면 왕세자의 뜻을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BTS)의 팬으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가 SM 인수에 발을 담글지가 또 다른 관전 요소가 된 것이다.

지난 2019년 10월 BTS가 비아랍권 그룹으로서는 최초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대규모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빈 살만 왕세자의 팬심으로 비쳐 왔다. 이는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 관저 방문 시 김건희 여사가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해 'BTS 한정판' 앨범을 비치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며 공고한 사실이 됐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 전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하이브 편에만 서 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실제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카카오엔터 투자 말고도 지난해 6월 CJ ENM과 함께 SM 등을 둘러보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이와 함께 SM에 비해 카카오가 사우디 왕실과 더 가까운 관계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리야드에서 개최한 관광 포럼엔 이수만 총괄이 한류(韓流) 관련 대표 연사로 초청됐다.

이 총괄은 갓더비트의 신곡 'Alter Ego' 등 곡에 '나무심기', '지속가능'이란 단어를 넣어 환경보호를 강조해 왔다. 당시 포럼에서는 하이파 빈트 모하메드 알 사우드 공주(관광부 차관)에게 '나무를 심는 케이팝 페스티벌' 캠페인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SM 발표 자료를 보면 하이파 차관은 "사우디에 케이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이 숙소를 예약했을 경우 예약자 이름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참여가 더 늘어나고 효과적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논의를 하자"고도 화답했다.

다만 이성수 SM 대표이사는 이 총괄의 '나무심기' 캠페인이 부동산 사업권에 대한 욕망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이수만의 뮤직시티 건설에는 카지노가 연결됐다. 카지노와 페스티벌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대마 합법까지도 운운한 걸 여러 사람이 듣고 말렸다"며 "각국에 이수만 월드를 만드는 것이 그의 월드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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