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규정된 제주 4.3 정의 부정 논란
'4.3 원인=북한지령에 의한 것' 근거 없어
지역 국회의원·제주4.3단체 일제히 규탄
민주당, 국회 윤리위에 태영호 의원 제소

"제주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
지도부 총출동으로 제주 표심 다지기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탈북자 출신 태영호 의원의 느닷없는 4.3 왜곡 발언으로 찬물을 뒤집어썼다. 올해는 제주4.3이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됐음을 인정하는 정부 보고서가 채택되고, 4.3 유가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태영호 의원이 제주평화공원을 찾아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태영호 의원의 주장은 제주4.3특별법에 규정된 4.3 정의와는 다르다. 극우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과 결이 같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1947년 3월 1일 기념행사 중 경찰 기마대에 의해 촉발된 소요사태 속에서 경찰의 발포에 의해 민간인이 숨지며 4.3이 시작됐다. 이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 피해가 제주4.3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태 의원이 언급한 '4.3의 원인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현재까지 학술조사와 증언 등을 토대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태영호 의원은 15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으로 촉발된 제주4.3사건은 공산당 운영 방식에 근거해 김일성의 지시가 명백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근거로 북한 영화와 드라마 영상물을 들기도 했다. 태영호 의원은 제주4.3이 정부가 발간한 진상보고서나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4.3 정의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며 제주4.3이 '폭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제주4·3연구소·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역사적 진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켜 경거망동을 일삼고 있다. 낡아빠진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또 "4.3 망언과 왜곡에 대해 제주4.3 희생자 유족과 도민에게 즉각 사과하고 이제라도 국민의힘 최고위원직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위성곤·송재호·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전형적인 4.3 폄훼다. 철지난 색깔론으로 유족과 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태영호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서 난처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려 했는데 태 의원의 발언이 제주정가는 물론 정치권에서 후폭풍이 거세 역풍을 맞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2004년 이후 20년간 제주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에 제주를 단일 지역으로 정하며 내년 총선 필승을 다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