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증 현실화에 서민 불안도 폭증
정치권 네탓 공방에 "실질적 대책 필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가스요금 급등 여파로 올겨울 난방비 폭증이 현실화되자 설 연휴 민심이 요동쳤다. 지난해에 비해 부쩍 뛰어오른 난방비를 보고 관리실 문의가 속출했고, 역대급 한파로 이달 난방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난방비 우려는 다음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전국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역대 최고의 '난방비 쇼크'를 맞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맘카페 회원 A씨는 "31평 집에서 24도로 해놓고,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고 겉옷까지 입고 살았는데도 가스비가 37만원이나 나왔다"고 토로했다.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도 난방비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7평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강모 씨(23)는 본지에 "관리비 고지서에 20만원이 넘는 금액이 찍힌 것에 정말 놀랐다. 월세에 난방비까지 올라 앞으로 생활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난방비 급등의 원인은 지난해 말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한 원인도 있지만, 도시가스요금에 연동되는 도시가스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폭등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가 심화되며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도시가스 소매 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올랐다.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 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2021년 기준 세계 천연가스 수입 3위 국가인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다. LNG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 1년간 주택용 열 요금은 3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요금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1분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난방비 폭등 책임'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스요금을 올린 윤석열 정부 책임으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잘못된 에너지 정책 여파로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엄청난 강추위 때문에 국민들께서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기 요금, 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특히 취약계층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신속 처리와 30조원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가스 요금 인상을 억누르고, 탈원전 정책을 펼친 탓이라며 반격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전기 요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며 "멀쩡한 원전을 폐기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과 달리 시민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논의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주부 신모 씨(38)는 "요금을 아끼려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생활하고는 있지만 아이가 어려서 걱정이 된다"며 "물가도 계속 오르고 생활비 부담에 막막한데 정치인들은 싸우기만 한다. 좀 더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본지에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인상이 어쩔 수 없다면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난방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