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美 물가 6.5% 6개월째 하락
주거‧의료‧운송 서비스 물가 반등
인력난 심화→고임금 지급→물가↑
“5%대 고금리 지속 기간이 관건”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피벗’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은 여전히 긴축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서비스 물가 상승과 견조한 고용시장 지표가 근거다. 장밋빛 꿈을 품은 시장에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의 근본적 강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서비스 분야 인력난 심화→임금 상승 폭 증가→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지 못했다는 것.
16일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인력 감축과는 별개로 운송업, 미용, 잔디깎이 등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더 많은 임금을 줘야 일을 시킬 수 있는 상황이 왔고 이는 서비스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5%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둔화했다.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12월 물가 하락은 에너지 가격 하락(-1.6%→-4.5%)과 식품 가격 상승 폭 둔화(0.5%→0.3%)가 주효했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이 심한 해당 품목을 뺀 근원 CPI만 놓고 볼 때는 소폭 반등했다. 서비스 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 자가 주거비가 오르자 주거 서비스 물가는 상승 폭이 확대(0.6%→0.8%)됐다. 또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초근원 CPI)는 전월대비(0%→0.4%), 전년동월대비(7.3%→7.4%) 모두 반등했다.
윤 부장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 월세 개념의 렌트가 많은데 보통 3년에 한 번 재계약한다. 집값이 오르면서 렌트 갱신 비용도 올랐다”며 “나머지 의료, 운송 서비스 상승 등은 임금 인상과 관련된다. 고용 여건이 냉각되고 있다지만 전반적인 임금 상승 폭은 높다. 이는 서비스 물가를 상승시킨다”고 강조했다.

본지가 미국 임금 상승률(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2022년 11월) 미국 임금 상승률은 6.17%로 당해 2월 11.39%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10년간 자료를 놓고 보면 현 6%대 상승률은 높은 수치다. 이 기간 미국은 평상시 4~5% 상승률을 유지했고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초반 –5%대까지 떨어졌다. 1960년부터 2022년까지 가장 높은 수치는 14.79%로 2021년 4월 기록이다.
미국의 노동시장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사업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 사장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상황. 이달 초 발표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2만 3000여 개 늘었다. 실업률은 3.5%로 전월(3.6%)보다 하락,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월 FOMC ‘베이비스텝’ 유력
고물가‧고금리 지속 가능성 커
이번 6%대 물가에 시장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인상 속도 조절 명분을 강화했다고 봤다.
반면 서비스 물가 상승과 견조한 노동시장을 감안할 때 높은 정책금리 지속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표출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전문가는 “9% 물가에서 6%대로 내려가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만 6%대에서 3%, 2%까지 내려가는 데는 뼈를 깎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하반기에 한 번 정도 내리나 안 내리나 큰 차이가 있지도 않을 텐데 굳이 연준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금리인하를 강조할 이유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2월 FOMC에서 25bp(1bp=0.01%) 금리 인상에는 국내외 전문가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미국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연준이 노동시장 여건 완화와 임금 상승률 둔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며, 2월 25bp를 인상하더라도 이러한 인상 폭이 매파적으로 인식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씨티은행의 경우 FOMC 핵심 구성원들이 2월 50bp 인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부장은 “문제는 올라가는 속도가 아니라 5%대 고금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이는 경제 지표에 따라 달라질 텐데, 연준은 올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FOMC에서 연준은 최종금리 수준을 기존 4.6%에서 5.1%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해당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위원회의 대응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위원회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19명 위원 전원이 올해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는 데 만장일치 의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