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작업하면 목·허리 뻐근”

국내 여러 대학에서는 한정된 크기의 강의실에 많은 수강생을 수용하기 위해 책상과 의자가 고정된 일체형 책걸상을 사용한다. /연합뉴스
국내 여러 대학에서는 한정된 크기의 강의실에 많은 수강생을 수용하기 위해 책상과 의자가 고정된 일체형 책걸상을 사용한다. /연합뉴스

전국 대학 강의실에서 점점 늘어나는 ‘일체형 책걸상’에 상당수 학생이 불편해하고 있다. 

책상과 의자가 고정된 일체형 책걸상은 사람의 평균 체형에 맞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양한 체형과 작업 환경을 반영하지 않아, 목·허리 등의 뻐근함을 호소한다.

대학생 김모 씨(23)는 “일체형 책걸상의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고 바른 자세로 앉으면, 책상 위의 노트에 필기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때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등받이에 몸을 밀착한 상태에서 작업하다 보면 허리를 계속 숙여야 한다.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목을 숙여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허리와 목이 뻐근해진다. 등받이에 기댄 채 허리와 목을 숙이지 않으면 노트북과의 거리가 멀어져 화면의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거북등 모양으로 작업”

김 씨는 수업 중 일체형 책걸상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결국 거북등 모양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한 대학생이 강의실의 일체형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팔을 뻗어 키보드를 눌러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결국 거북등 모양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사진=이지훈 학생
한 대학생이 강의실의 일체형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팔을 뻗어 키보드를 눌러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결국 거북등 모양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사진=이지훈 학생

대학생 박모 씨(23)도 “책상과 의자 사이 간격이 멀다. 그 간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내 체형에 맞게 앉기가 불편하다. 앉았다 일어날 때도 책상과 의자 사이로 빠져나오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책상과 의자를 자유롭게 각각 움직일 수 있는 분리형이 좋다”라고 했다.

심지어, 대학생 신모 씨(23)는 “일체형 책걸상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이 싫어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적도 있었다”라고 했다. 

“디스크 압박”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는 일체형 책걸상은 대학생들의 신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이들의 학업 수행 능력을 떨어뜨릴까? 일부 전문가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목·허리 디스크 전문인 A 한방병원의 윤모 한의사는 대학 강의실의 일체형 책걸상에 대해 “장시간 이용 시 학생이 목과 허리를 계속 구부림으로써 허리·목의 디스크에 압박을 가해 디스크 탈출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척추를 전문적으로 교정하는 B 재활센터의 박모 센터장도 “일체형 책걸상은 허리통증, 골반 변위, 척추 변위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사용자의 신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기에 경사가 높은 책상은 일부 사용자에게 체형변화와 통증을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최모 씨(23)는 “전공 특성상 강의시간에 노트북이랑 전공 서적을 보게 되는데 책상의 크기가 작아 불편하다”라고도 했다. 채모 씨(23)도 “책상이 좁아 시험을 볼 때 시험지를 떨어뜨린 적이 있다”라고 했다. 

한정된 강의실에 많은 수강생 수용

국내 여러 대학은 한정된 크기의 강의실에 많은 수강생을 수용하기 위해, 또 책걸상 집기를 수월하게 관리하기 위해 일체형 책걸상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은 이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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