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모티브한 드라마 흥행
'이건희' 컬렉션 드라마 곳곳 등장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건희' 컬렉션이 등장했다. 작중 순양 그룹이 삼성 그룹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는 그동안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15일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전공 주임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림을 잘 아는 사람은 삼성 그룹이 드라마 모티브라는 걸 알 것"이라며 "이건희 전 회장이 미술품을 많이 수집하고 있다는 게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일반 사람들도 삼성 그룹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JTBC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오너리스크 관리팀장이 자신을 죽인 재벌가 '순양'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면서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11화 시청률이 21.1%를 기록하면서 올해 인기작이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최고 시청률 17.5%)'도 뛰어넘었다.
이건희 컬렉션은 전 삼성 그룹 총수였던 이건희가 모았던 미술 수집품 모두를 일컫는다. 이 회장이 사망하자, 그의 유족들이 국가 박물관 등에 작품을 기증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에는 삼성이 있었다. 판타지 드라마라고 하지만, 극 중 진양철 캐릭터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진양철은 이 회장처럼 정미소부터 시작해 순양을 대한민국 재계 1위로 올려놨으며, 평소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까지 이 회장과 닮았다.
특히 11화에서 '일월오봉도'와 신재현 작가의 '호작도'가 등장해 드라마 내 순양 모티브가 삼성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등을 소재로 한 병풍을 일컫는 말로 그 중 '일월오악도 8곡병' 작품을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소장하고 있다.

신 작가의 호작도는 조선시대 말에 제작된 까치호랑이 민화로 호랑이와 까치 모두 네 마리씩 그려져 있다. 호작도는 이건희 컬렉션의 하나였으며,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의 소장품이다. 드라마에서 일월오봉도와 호작도 모두 순양 그룹이 운영하는 미술관장실에 놓여 있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삼성 문화재단에서 만든 사립 미술관으로 이 회장이 자기 며느리인 홍라희 여사에게 미술관 운영권을 맡겼다. 극 중 진양철의 손자며느리 모현민도 홍 여사처럼 언론사 집안의 장녀였으며, 진양철의 손자와 정략 결혼해 순양이 운영하는 미술관 관장을 맡았다.

2화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자 이중섭 작가 작품인 '흰소'와 '황소'가 등장했다. 드라마에서 얼핏 보이기만 했던 황소와 다르게 '흰소'는 단독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흰소'는 1970년 출판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약 50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이후 범삼성가가 미술작품을 기증하면서 다시 세상에 공개됐고,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최병식 미술평론가이자 전 경희대 교수는 본지에 "창작 시기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나서 이중섭 작가의 흰소가 드라마에 등장해도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병철 회장이 문화를 중요하게 여겼고, 홍라희 여사가 미술을 전공했던 점이 연관되어 삼성이 문화예술 진흥에 힘을 썼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