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금리 400bp 훌쩍 투자자 불안↑
‘리먼 브라더스’ 재림? 흔들리는 신용
“파산까진 아직”vs“망해도 안 이상해”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글로벌 ‘큰 손’의 신뢰를 잃으며 파산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글로벌 ‘큰 손’의 신뢰를 잃으며 파산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6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 2대 금융기관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글로벌 ‘큰 손’의 신뢰를 잃으며 파산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CS는 실적 악화와 유동성 우려로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로 또다시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인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빈번히 소환되는 이유다.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IB) CS의 주가가 지난달 30일 2.95CHF(프랑)까지 급락하면서 11일간 주가가 30% 이상 빠졌다가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인 400bp(1bp=0.01%)를 넘으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인 400bp(1bp=0.01%)를 넘으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블룸버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인 400bp(1bp=0.01%)를 넘으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블룸버그

CDS는 회사 부도로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인데, 회사 경영 상태가 악화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간다.

최근 반등은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조달 기대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투자 의향을 내비친 덕이다. 빈살만은 CS의 기업금융 및 인수‧합병에 5억 달러(약 650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도 한몫했다. 지난 5일 CS 주가는 3.34프랑에 마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뱅크런’은 현재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가 폭락을 거듭하던 지난 9월 30일부터 11월 11일까지(43일간) CS에서 인출된 자금만 883억 달러(약 119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CS 전체 수신액(1조4700억 달러)의 6% 규모다.

CS의 유동성 우려는 작년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 사태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때만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4분기 역시 16억 달러 손실이 예측된다. 영국 자산관리 회사인 올펀즈(Allfunds)의 지분 매각으로 7500만 프랑(7952만 달러) 규모의 손실뿐 아니라 예금 및 운용자산 감소로 순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익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CS는 자금조달을 위해 오는 8일까지 224억 프랑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주가가 급락(2.95프랑)하면서 청약가가 2.52프랑에 근접하기도 했다.

한때 주가가 급락(2.95프랑)하면서 청약가가 2.52프랑에 근접하기도 했다. /인베스트닷컴
한때 주가가 급락(2.95프랑)하면서 청약가가 2.52프랑에 근접하기도 했다. /인베스트닷컴

만약 가격이 청약가보다 더 떨어지면 청약 실적이 부진해지고 이는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는다. 이럴 경우 주가 및 채권가격은 더 떨어지게 되고 CDS는 더 올라갈 수 있다.

CS의 추락, 세계 부자로부터 신뢰 ‘바닥’
‘제2의 리먼사태’라고 하기에는 지켜봐야

은행의 실질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봤을 때 CS의 신용부도 위험은 기우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은행의 실질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봤을 때 CS의 신용부도 위험은 기우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사진은 크레디트스위스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은행의 실질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봤을 때 신용부도 위험은 기우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말 대차대조표 기준 CS의 자기자본비율은 13.5%다. 국제 규제로는 최소 8%를, 스위스에서는 약 10%를 기본 자기자본비율로 요구하고 있는데 CS는 이를 상회하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 하리스 안와르는 “투자자들은 주력 자산 관리 부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을 본 후 CS 주식을 덤핑하고 있다”며 “국가 지원 구제 금융을 촉발한 2008년 금융위기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1조470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CS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유럽 및 미국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S의 주요 문제는 투자자와 부유한 고객들 사이 평판이 가라앉는 것”이라며 “이 은행은 스캔들과 경영 격변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부자를 위한 가장 큰 자산 관리자 주 하나로서의 지위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CDS 고점 도달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라 인정했지만,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파산 단계는 아니다”라며 “유상증자 수요가 없으면 그건 충격이겠지만 빈살만 투자 의향과 더불어 유상증자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며칠간 반등했다. 지난 주말만 해도 목표치의 65% 정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투자손실이 있긴 하지만 글로벌 위기로 번질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최근 경기침체로 금융회사 부실화 소지는 있다”고 답변했다.

파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효석 업라이즈투자자문 이사는 “CS가 스위스 은행이다 보니 투자된 자금이 대체로 러시아 자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자산 동결 과정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스위스 당국이 지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4분기 연속 손실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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