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크레딧 스위스 위기에 유동성 공급
英 감세 철회론···파운드 안정화도 한 몫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뉴욕증시가 일중 5%까지 상승 반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스위스에 62억7000만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공급하고 영국에서 트러스 정부의 감세 철회 움직임이 일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되자 증시의 반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부족을 겪어온 크레딧스위스의 뱅크런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한 가운데, 미국 연준은 지난 13일 스위스 국립은행에 62억7000만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동시에 유럽 중앙은행에도 2억115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공급이 진행됐다.

앞서 미국 시장에선 CPI가 연율 기준으로 전월 8.3%보다 조금 떨어진 8.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결과는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core) CPI가 전월(6.3%)보다 높은 6.6%로 거꾸로 나타내면서 전체 CPI는 8.2%를 기록했다.

지난달 9월 21일 연준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정책금리 인상)을 취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은 셈이었다. 하지만 유럽발 희소식이 이어지면서 치솟던 달러 가치는 진정되고 미국 증시는 급상승 반전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827.87포인트(+2.83%) 상승한 3만38.7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은 92.88포인트(2.60%) 오른 3669.9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232.05포인트(+2.23%) 상승해 1만649.15를 기록했다. 모두 일중 최저치 대비 5% 상승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CPI 발표 직후 개장한 주요 증시는 3% 하락 출발했지만 곧바로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 현지 투자자들에 따르면 이날 S&P500의 장중 반전폭은 역사상 5번째로 컸으며 나스닥은 4번째로 컸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뉴욕증시가 급반등하는 흐름을 보이자 투자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 커리어 사상 가장 말도 안되는 날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달러 가치도 안정세를 보였다. 전일 113을 기록한 달러인덱스는 112.49로 떨어졌다. 영국 의회가 트러스 정부의 포퓰리즘 감세안을 거부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안정된 효과였다. 다만 유로화는 통화스와프 공급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0.5%가량 떨어진 0.966달러 수준으로 밀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내에선 인플레이션을 제외하곤 특별한 악재가 없기 때문에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강달러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단기적인 경기활성화 기대감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증시의 향방과 별개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속됐다. 이날 2년물 미 국채는 4.449%로 올랐고 10년물은 3.95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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